"조금만 더 버텨요! 내가 가고 있어요!"
천 길 로프에 매달린 등반객에게 산악 구조대원 게이브가 다가갑니다.
"(안 돼!) 떨어지게 두지 마요!"
죄책감에 시달리던 게이브와 여자친구가 악당들한테 쫓깁니다. 벼랑에서 로프를 놓친 여자친구 손을 겨우 붙잡습니다.
"게이브!" 돌아온 '탑 건'이 젊은 팀원들을 이끌고 목숨을 건 작전에 나섭니다.
"오늘 밤엔 울어요. 하지만 내 손을 놓지 말아요…"
많은 이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는 명곡이지요. "당신이 일으켜 주기에 험한 산도 올라설 수 있어요…"
열흘 전쯤 통영 사는 가장 김철욱 씨가 서울 부모님을 뵈러 왔습니다. 한강변에서 거북이 잡던 꿈을 꾸다 깼습니다.
이끌리듯 동호대교로 나간 새벽 네 시 어둠 속에서, 누군가 난간을 넘어 매달렸습니다. 얼른 두 손을 붙잡아 끌어 올렸습니다.
고3 수험생 이었습니다. 수능 성적이 나빠 부모님께 죄송하다며 엉엉 울었습니다.
그는 30분 동안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주며 다독였습니다. "이제 겨우 열여덟 살, 한번 꺾여 본 것 뿐이다. 다시 시작하면 된단다."
소년이 무사히 귀가해 전화했습니다. "새 삶을 살겠습니다."
지난주 중앙고속도로 풍산대교 눈길에 대형 트레일러가 미끄러졌습니다. 난간과 충돌한 앞부분이 높이 11미터 다리 밖으로 튀어나가 매달렸습니다.
풍산 119안전센터 박준현 소방교가 달려왔습니다. 다친 60대 운전자의 하반신이 밖으로 빠져나간 채 걸려 있었습니다.
로프로 운전자 팔을 감아 대원 두 명과 연결한 뒤, 운전자와 두 손을 맞잡아 버텼습니다.
차체 일부가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몸이 밀려 내려가자 운전자가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때마다 손을 더 굳게 붙잡았습니다. 45분 사투 끝에 본대가 도착해 운전자를 구조했습니다.
나라가 벼랑에 매달린 신세인데, 여당은 게시판 싸움질에 빠져 쇄신 기회를 허송하고 있습니다.
야당은 마치, 나라를 더 가라앉히지 못해 안달이라도 난 듯 국정을 흔들어댑니다.
그래도 두 손 든든히 붙잡아 주는 이웃들이 힘이요, 희망입니다.
12월 3일 앵커칼럼 오늘 '그대 있음에'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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