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사태 바로 다음 날, 아직 폭설 피해 복구가 안 된 한 축사에 가봤습니다.
송아지 한 마리가 죽어있었습니다.
지난달 27일부터 내린 기록적 폭설. 무거워진 눈덩이가 천장을 뚫고 그대로 송아지를 덮친 겁니다.
[하충호/축사 농민]
저 위가 뚫렸는데 깔렸잖아. 그대로 죽었잖아. 저기.
5개월 된 송아지 두 마리도 변을 당했습니다.
폭설 일주일이 지났지만, 사체를 치우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하충호/축사 농민]
지금 이렇잖아. (사람이) 다닐 수가 없잖아. 다닐 수가.
시가 5억 원어치가 넘는 농기계가 보관된 창고도 처참하게 무너졌습니다.
[하충호/축사 농민]
지금 여기도 눈이 다 쌓여있어서 철거 작업을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중앙정부의 도움이 곧 오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난데없는 계엄령 사태가 터졌습니다.
[하충호/축사 농민]
내가 하루에 2시간도 못 자. 잠도 못 자지, 먹지도 못해요. 입맛이 없어서….
보상은 먼 이야기입니다.
[하충호/축사 농민]
지금 촌에서 보험 들고 이렇게 보험료 낼 사람이 몇이나 돼요? 다들 그냥이지.
5000평 비닐하우스가 모두 무너져내린 포도 농장주 홍성수 씨 상황도 비슷합니다.
제가 서 있는 이곳은 비닐하우스 천막 위입니다.
눈이 워낙 많이 내리면서 비닐하우스가 이렇게 바닥까지 내려앉아서 제가 이렇게 서 있을 수 있는 건데요.
아직도 눈이 녹지 않아서 이렇게 푹푹 들어갈 정도로 눈이 쌓여있습니다.
철거 계획조차 세우기 어렵습니다.
[홍성수/비닐하우스 농민]
철거하는 것도 다 농가가 지금 해야 하는 입장이니까 그 비용도 지금 수천만 원이 또 들어가게 생겼고….
안성시가 추산한 폭설 피해액은 950억 원. 농장별 세부 조사는 아직 시작도 못 한 곳이 많습니다.
[홍성수/비닐하우스 농민]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빨리 단도리를(채비를) 쳐야 하는데 그것(조사)도 늑장을 피고 그냥 이러고 있으니까….
순서에 의해서 이렇게 조사를 한다고 하니까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거지.
안성시는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했지만,
계엄령 후폭풍이 몰아치는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언제 선포할지는 가늠할 수도 없습니다.
[김보라/안성시장]
12월 3일 특별재난 지역을 건의했는데요.
일선에 있는 피해 농가들은 이 특별재난지역 선포뿐만 아니라
신속한 재난 피해 복구가 잘 이루어지지 않지 않을까 이런 우려들이 많습니다."
[홍성수/비닐하우스 농민]
지금 속상한데 나라는 또 이렇고 죽을 맛입니다.
정부에 상황을 알리기 위해 연 기자회견.
[안성시 농민회 (지난 4일)]
이는 기후 위기로 인한 문제이며 개인의 영역을 넘어서는 피해이다.
이제 특별재난지역을 선포 등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보상과 복구를 도와야 한다.
일부 농민은 취재진에게 "정부가 혼란에 빠져 안 그래도 무시당하는 농업이 더욱 뒷전이 됐다"며
"민생은 민생대로 신경 써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작가 강은혜 / VJ 박태용 / 영상편집 배송희 김애림 / 취재지원 박찬영]
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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