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 정치가 3류도 아닌 4류라고 했던 고 이건희 회장의 평가가 한치의 틀림이 없는 정국입니다. 비상계엄에서 불거진 경제, 외교, 안보 위기를 정치가 수습은 커녕 더 악화시키는 상황인데요. 현실화가 된 권한대행의 대행체제에서 앞으로의 국정은 어디로 가는 건지, 정치부 이채림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이 기자, 오늘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안 표결 때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장석에 몰려나가 항의하면서 아수라장이 된 모습 전해드렸는데, 계엄사태 이후 수세적이었던 여당이 강경 대응에 나선 배경은 뭘까요?
[기자]
네, 오늘 항의 땐 친한계 의원들 뿐 아니라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걸로 알려진 안철수, 김재섭 의원 등도 동참했습니다. 대통령 탄핵과 달리 한덕수 총리 탄핵은 명분이 부족할 뿐 아니라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국정의 부담이 가중될 거란 공감대가 형성된 걸로 보입니다. 실제로 대통령 탄핵안 표결 땐 이탈표가 12표였지만, 오늘은 1명뿐이었습니다.
[앵커]
국민의힘은 오늘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를 인정할 수 없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냈다는 건데, 이 결과는 언제 나올까요?
[기자]
네, 내긴 냈지만 사실상 정치적 행위에 그칠 공산이 큽니다. 민주당의 잇단 탄핵으로 헌재에 걸려 있는 탄핵심판은 윤 대통령을 포함해 모두 9명입니다. 국민의힘도 야당의 폭주를 막겠다며 권한쟁의 심판만 오늘까지 4건을 냈습니다. 하지만 헌재는 윤 대통령 심판을 최우선으로 하겠단 입장이어서 나머지 탄핵심판과 권한쟁의심판은 기약없이 미뤄질 가능성이 큽니다.
[앵커]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를 정치로 못 풀고 전부 헌재에 판단을 맡기다보니 지금 상황까지 온 것 아닌가 싶은데, 한 총리 탄핵도 결국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가 도화선이 된 것 아니겠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타협과 협의가 사라지다보니 건건이 헌재의 입만 바라보는 상황이 되면서 국회가 아닌 헌재가 정치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헌재 6인 체제를 두고 싸우는 것도 결국 이와 무관치 않을 텐데요. 여기엔 여야 모두 할 말이 없는 게 사실입니다.
문형배 / 헌법재판관 (지난달 12일)
"국회는 방통위원 3명을 왜 추천 안 합니까? 합의가 안 되면 국회는 아무결정 안 합니까?"
정청래 / 법사위원장 (지난달 12일)
"최민희 위원을 추천했는데 대통령이 임명을 하지 않고..."
문형배 / 헌법재판관 (지난달 12일)
"저는 국회에 질문하는 겁니다."
후임 재판관 임명을 서둘러야한다고 했던 국민의힘 역시 대통령 탄핵심판이 시작되자 비정상적인 '6인 체제'를 고집하면서 결국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사태까지 불렀단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앵커]
이렇게 되면서 결국 최상목 권한대행의 선택이 앞으로의 정국을 좌우할 수밖에 없는데, 헌법재판관 임명, 최 대행은 할까요?
[기자]
예단하긴 이르지만, 오늘 최 대행이 했던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란 말이 상당히 의미심장합니다. 한덕수 권한대행도 내리지 못했던 결정을 최 권한대행이 내리기는 더 어려울 거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앵커]
야당은 그럴 경우 계속 탄핵을 하겠단 거잖아요?
[기자]
네 5명을 더 탄핵하면 국무회의가 무력화될 거란 말도 공공연히 하고 있는데, 야당이 협박에 가까운 압박을 하고는 있지만 결국엔 임명 권한을 가진 대통령 또는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으면 9명 체제로 정상화가 불가능한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내년 4월엔 대통령 추천 몫 헌법재판관 2명의 임기 만료도 앞두고 있는데, 현 6명 체제가 유지돼 4명 체제로 줄어들면 헌재 기능은 마비가 됩니다. 정치권이 헌재에 맡긴 판단들이 모조리 멈춰서는 또 다른 초유의 상황까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앵커]
정치가 만든 파국, 결국 정치가 풀어야 할텐데, 지금 여야 상황을 보면 그럴 의지나 능력이 있기나 한 건지 참 답답합니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이채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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