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인사말하는 봉준호 감독
(영종도=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기생충'으로 오스카상 4관왕을 휩쓴 봉준호 감독이 지난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see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영화는 내가 못하는 것, 두려운 것, 공포스러운 것의 집합체인데, 영화를 핑계로 다 할 수 있으니까 좋은 것 같다."
봉준호 감독은 2년 전 '기생충' 촬영 당시 동아방송예술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한 자리(디마마스터클래스)에서 영화의 매력을 꼽아달라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친구가 별로 많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지만 잘 어울리지 못하는 편이다. 고립된 상황이 많았다"면서 "대화가 안 되면 대사를 쓰게 되고, 만나고 싶은데 못 만나는 사람들은 영화를 찍으면 다 불러들일 수 있다. 여러 사람이 있는 곳을 싫어하고 무서워하는데, 촬영 현장은 편하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장르 파괴자'라는 수식어에 대해 "장르의 규칙은 원래 미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금주령 시대, 어두웠던 시대에 필름 누아르가 탄생하고 서부 개척 역사가 있다가 보니 웨스턴 장르가 나온 것"이라며 지구 반대편의 작은 나라에서 굳이 그 규칙을 따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떤 스토리나 느낌을 한국적 현실로 끌고 와서 땅바닥 아래로 끌어당겨 놓으면 저절로 장르의 규칙들이 부서져 버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살인의 추억'도 스릴러 혹은 버디 형사물이라고 부를 수 있지만 그렇게 부르면 멋쩍어진다. 형사들의 어설픔과 지질함, 동시에 범인을 잡고 싶은 진심은 강한데, 과학 수사는 전혀 안 돼 있다. 미국의 매끈한 범죄 스릴러에서 보여주는 장르의 규칙들을 다 거부한 셈이다. 내가 살아온 한국적인 상황과 조건들에 충실해지려 했고, 그러다 보니 저절로 장르가 파괴됐다."
봉준호 활짝
(영종도=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기생충'으로 오스카상 4관왕을 휩쓴 봉준호 감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