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화가 프리다 칼로는 있는 힘을 다해 수박을 그렸습니다. 빨간 과육에 써 넣었습니다.
'인생 만세.'
그리고 여드레 뒤 숨을 거뒀습니다.
진초록 껍질을 쪼개면, 검정 씨앗이 박힌 새빨간 속살…늘 아팠던 시인 허수경도 수박에서 푸른 희망, 붉은 사랑, 검은 절망을 봤습니다.
'저 푸른 시절의 손바닥이 저렇게 붉어서, 검은 눈물 같은 사랑을 안고 있는…'
늦여름 철조망에 아이 주먹만한 수박이 열렸습니다.
'심은 사람도 가꾼 사람도 없는 개똥수박. 매미는 또 저렇게 싸납게 욕지거리를 퍼붓고 있는데…'
"너 한번 만나면 죽여버려 이제. 전국 40개 교도소 통일된 조폭이 다 내 나와바리(구역)야!"
정봉주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4년 전 총선을 앞두고 금태섭 의원에게 퍼부은 막말입니다. 자랑 아닌 자랑도 했습니다.
"수박이라는 표현을 최초로 쓴 게 저입니다. 금태섭 의원이 있는 자리에 경선하러 가면서 제가 '수박' 의원들을 잡겠다. 겉은 파랗고 속은 빨간…"
'수박 깨기' 창시자라는 그가 '수박'으로 몰렸습니다. 경선 초반부터 선두를 달리더니 어찌된 일일까요.
이재명 전 대표가 지지자들 앞에서 지나가듯 말합니다.
"근데 김민석 의원이 표가 왜 이렇게 안 나오는 거야."
김민석 후보를 자기 유튜브로 불러 도닥였습니다. 당연히 김 후보는 정 후보를 제치고 선두로 나섰습니다. 며칠 뒤 정 후보와 가까운 인사가 방송에서 말했습니다.
"정 후보가 이 전 대표의 최고위원 선거 개입에 상당히 열 받아있다. 그런 사람들 대통령 되면 안 된다더라."
강성 지지층 공격이 쏟아지자 정 후보는 바른말을 터뜨려 더 자극했습니다.
"이재명 팔이 무리들을 뿌리 뽑겠다. 통합을 저해하는 당 내부 암덩어리 '명팔이'를 잘라내야 한다."
결국 사면초가에 빠져 고개를 숙였습니다.
"개딸들이 '이재명 팔이' 일 리가 없다."
거친 입으로 강성 지지자들의 열성적 지지를 받아온 '나꼼수' 원년 멤버도, 수박이 돼 깨졌습니다. '민주당 아버지'의 유일 체제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온몸으로 보여줬습니다.
8월 14일 앵커칼럼 오늘 '수박 깨기 원조도 깨진다'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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