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독립기념관장이 도대체 어떤 자리길래, 광복절을 앞두고 온 나라가 두쪽이 난 건지 의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건국절에 이어 오늘은 김구 선생과 관련한 음모론까지 꺼내들었는데, 끝까지 설득해보겠다던 대통령실도 입장이 강경해졌습니다. 정치부 홍연주 기자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홍 기자, 이종찬 회장이 처음엔 건국절 논란, 그 뒤엔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를 주장하더니, 오늘은 또다른 쟁점을 들고 나왔어요?
[기자]
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거대한 음모 속 한 사람"이라는 주장입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건국 대통령'으로 신격화하고, 백범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로 전락시키려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는데요. 김 관장은 곧바로 반박했습니다.
이종찬 / 광복회장 (CBS라디오)
"한 사람은 신격화시키고 한 사람은 테러리스트로 전락시키는 이 음모를 (용인할 수가 없어요.)"
김형석 / 독립기념관장 (TV조선 통화)
"제가 한 번이라도 김구를 죽여야 한다든지 김구가 나쁜 사람이라든지 비방하거나 폄훼한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은사와 관련 있는 음모다, 이런 얘기도 했던데, 무슨 말인가요?
[기자]
윤 대통령의 은사로 알려진 한 교수가 '김구는 테러리스트'란 주장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인데, 이와 관련해서 확인된 내용은 없습니다. 이 보단 논란의 근본 원인을 인사권을 둘러싼 신경전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습니다. 독립기념관은 보훈부 산하 공공기관 3곳 중 하나로, 이번 처럼 문제가 불거진 적이 없었기 때문에 더 주목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독립기념관장이 차관급 자리라곤 하지만, 공공기관 중에서 사실 그렇게 주목받는 자리는 아니지 않나요?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이종찬 광복회장이 현 정부에서 갖는 위상에 주목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윤 대통령 죽마고우로 알려진 이철우 연대 교수의 아버지로 '멘토'란 평가도 받았죠. 여기에 며느리인 지영미 박사는 질명관리청장을 맡고 있습니다. 야권 전체가 이 회장의 반발에 편승해 광복절 행사를 보이콧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앵커]
이젠 대통령실도 기류가 달라졌죠?
[기자]
지난주부터 비서실장까지 설득에 나섰고, 보훈부 장관이 직접 만났는데도 이 회장이 입장을 고수하자 대통령실도 강경기류로 바뀌었습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을 일방적으로 자르라고 하는 걸 수용할 순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결국 내일 광복절 행사는 반쪽 행사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앵커]
대통령실 기조가 강경해진 게 이 사안만은 아닌 거 같더라고요?
[기자]
맞습니다. 앞서 리포트에서도 전해드렸지만, 법사위에서 전현희 의원의 이른바 '살인자' 발언에 대해 공개브리핑으로 사과를 요구한 데 이어 "면책특권 뒤에 숨어 이성을 상실한 패륜적 망언을 퍼부었다"고 표현할 정도로 이례적으로 강경 대응에 나섰습니다. 또 해병대원 순직 외압 의혹 사건과 관련해 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통신기록을 조회한 것에 대해서도 첫 입장을 냈는데 "수사는 제대로 안하고 수사 기밀을 유출하는 행태"라고 직격했습니다. 여권에선 이달 초 여름휴가 이후 공세적인 국정운영 기조로 전환한 거란 평가가 나왔는데요. 22대 국회 개원 이후 계속되고 있는 야당의 입법 독주와 청문회 정국에 마냥 끌려가진 않겠다는 윤 대통령 의지가 반영된 걸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여야간 대치 전선이 더 선명해지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하네요. 홍 기자, 잘 들었습니다.
홍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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