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렇게 정부와 의료계가 팽팽히 맞서는 사이 환자들 고통은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젓가락에 눈을 찔려도, 발가락이 썩어들어가도 응급실에 못 가고 있습니다.
신진 기자입니다.
[기자]
오른쪽 발가락 두 개가 까맣게 변했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급하고 아프다는 80대 남성 신고에 119 구급대원들이 출동했습니다.
살이 썩어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신고자 가족 : 괴사하는 것 맞죠?]
외래 진료는 한 달 뒤에나 가능하다 했습니다.
응급실 아니면 치료받을 방법이 없습니다.
구급대원들은 전화 걸기 시작했습니다.
[구급대원 : 수용이 가능할까요, 진료?]
대학병원들은 "2차 병원에 가라"며 거부했습니다.
대원들은 난감했습니다.
[구급대원 : 안 받아줄 거 같은데. 완전히 절단해야 할 것 같은데.]
일단 구급차에 태웠습니다.
[구급대원 : 병원 어디 갈지 모르겠어요. 다 안 받아준대요.]
20분 넘게 전화를 돌렸지만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드문 일이 아닙니다.
구급대원들은 이 지경으로 응급 체계가 무너진 지 이미 몇 달이 됐다고 했습니다.
오늘(9일) 오세훈 시장을 만난 서울 구급대원들은 한계 상황을 쏟아냈습니다.
[서울 회현119안전센터 구급대원 : 50대 여성분께서 식당에서 근무하시다가, 젓가락이 튕기면서 눈으로 튀어서…]
경기도까지 전화를 돌려도 병원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서울 회현119안전센터 구급대원 : 3세 남자아이 손가락이 찢어져 봉합이 필요했는데 이리저리 병원을 다 알아봐도…]
대원들은 몸도 마음도 더 버티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서울 회현119안전센터 구급대원 : 100건 이상 전화를 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한 환자에 대해서요?} 네. 그렇게 되면 6~7시간 넘어가기도 하거든요.]
무엇보다 환자를 지켜만 봐야 하는 무력감이 고통스럽다 했습니다.
[서울 회현119안전센터 구급대원 : 환자는 다쳐서 피를 철철 흘리는데 수십 곳 전화를 하다 보면 내가 뭐 하는 거지…]
지금도 고비지만 다가오는 추석 연휴는 더 무섭습니다.
신진 기자 , 정영재 기자 , 이경, 김상현, 김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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