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굴뚝, 재로 얼룩진 얼굴.
영화 〈메리 포핀스〉 속 1910년대 런던입니다.
집집마다, 공장마다 때는 게 바로 석탄이죠.
산업혁명 이후 영국이 쓴 석탄은 46억 톤,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104억 톤으로, 전세계 국가가 쓴 양보다 많다고 합니다.
그랬던 영국에서 지난달 30일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가 문을 닫았습니다.
[마이클 루이스/에너지 기업 '유니퍼' 사장]
"대단히 중요한 변화로 과소평가해선 안 됩니다. 영국 전력 체계에서 석탄이 사라지는 건 142년만입니다."
━"더는 석탄은 안 돼"━
석탄을 가장 오래 쓴 나라, 영국은 석탄으로 인한 고질병을 앓았습니다.
산업혁명 당시 가난한 아이들이 굴뚝 청소를 하다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희생되는 일이 빈번했고,
1952년에는 저질 석탄이 내뿜은 연기로 5일 만에 런던 시민 만여 명이 숨지는 '런던 스모그 참사'가 일어납니다.
[이덕환/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과 명예교수]
"런던은 가정집에서 석탄을 연료로 썼습니다. 모든 굴뚝에서 계속 매연이 나오는 거죠. (대참사를 겪고) 산업혁명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에너지 전환을 시작합니다. 석탄을 퇴출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영국은 광부 같은 석탄 산업 일자리 비중이 컸고, 가난한 사람들은 석탄을 쓸 수밖에 없어 시행착오를 거듭했습니다.
━대체 어떻게 바꿨나?━
정권이 바뀌어도 석탄을 끝내겠다는 의지만큼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과 명예교수]
"환경·기후 위기, 지구 온난화, 에너지 전환 이런 얘기들이 전부 영국에서 나왔습니다."
2008년 세계 최초로 '기후변화법'을 제정해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규정했고 탄소 가격 정책을 적용했죠.
석탄을 쓸수록 비용이 늘어나게 한 겁니다.
가정에서 석탄을 쓰지 못하게 했고 대체 연료로의 전환도 서둘렀습니다.
80년대부터는 기후위기론이 힘을 얻으면서 풍력, 태양광 발전 등에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불과 1992년 72%를 차지했던 석탄 발전의 비중은 현재는 2% 수준입니다.
2017년에는 최초로 석탄을 쓰지 않고 전기를 생산한 날을 달성합니다.
━영국 모델은 만능일까━
사실 모든 국가가 영국처럼 할 수는 없습니다.
영국은 천연가스도 풍부하고 오랫동안 재생에너지 투자도 많이 했죠.
탄소배출 수치를 낮추기 위해 공장을 수출하는 편법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또 기후위기론을 위시한 '탈석탄' 구호가 경제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곽재식/숭실사이버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CBS '기후로운 경제생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데 벌금이라든가 안 좋은 조치를 부여하고 재생에너지에는 인센티브, 좋은 조치를 부여하면,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한국 제품의 경쟁력은 떨어질 거고 유럽의 국산품의 경쟁력은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이왕 해야 하는 에너지 전환이라면 현실적이고 일관된 정책으로 사회적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백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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