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전 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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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29일(현지시간) 타계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아프리카에 각별한 애정을 쏟은 지도자로도 유명하다.
대통령 재임 때 직접 아프리카를 찾았고 퇴임 후에도 분쟁, 질병 등 아프리카의 고질적 문제 해결에 공을 들였다.
그는 대통령 취임 후 이듬해인 1978년 3월 말 아프리카 서부 나이지리아를 국빈 방문해 올루세군 오바산조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미국 현직 대통령이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 이남 국가를 방문한 첫 사례다.
당시 그는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나이지리아의 경제·외교 협력 강화뿐 아니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로디지아(현 짐바브웨), 나미비아 등 아프리카 남부 국가들의 탈식민화를 논의하고 아프리카의 해방 운동과 인권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나이지리아 방문을 마친 뒤에는 그해 4월 초 라이베리아를 찾았다.
라이베리아는 19세기 미국에서 해방된 노예들이 세운 국가다.
특히 카터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아프리카 남부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002년 역사학자 낸시 미첼과 인터뷰에서 "(재임시) 중동보다 로디지아와 관련해 노력하고 걱정하는 데 시간을 많이 보냈다"고 회고했다.
1970년대 냉전 시기 아프리카 남부는 미국 입장에서 사회주의 세력의 확대가 크게 우려되는 지역이었다.
예컨대 소련의 지원을 받던 쿠바는 1976년 앙골라의 좌파 앙골라인민해방운동(MLPA)을 지원하려고 아프리카에 대규모 병력을 파견했다.
이런 상황에서 카터 전 대통령은 아프리카 국가들과 무역, 외교적 접촉을 확대하는 등 관계 개선을 추진했다. 또 독재 정치를 비판하고 민주주의를 부각했다.
카터 행정부는 남부 아프리카 국가에서 소수 백인의 지배에 반대하고 로디지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해 1980년 흑인 정권의 '짐바브웨 공화국'으로 바뀌는 데 기여했다.
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비판했다.
[지미 카터(왼쪽) 전 미국 대통령이 2004년 2월 이종욱(가운데) 당시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과 함께 아프리카 가나의 농촌을 방문해 기생충 퇴치사업 실태를 살펴보는 모습.A. POYO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카터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아프리카를 위해 활발하게 활동했다.
1995년 3월에는 아프리카 수단 정부와 반군의 화해를 중재하려고 수단을 방문했다. 그해 11월 내전의 상처가 큰 르완다를 찾아 학살 및 난민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아프리카 질병 퇴치에 기울인 정성도 주목된다.
그는 1982년 세운 카터센터는 민주주의 발전과 인권·보건 문제 개선을 위해 활동했다. 카터센터는 특히 1986년부터 아프리카 기니벌레 박멸 운동을 펼쳤다.
기니벌레의 애벌레는 고인 물속에 있다가 인체에 들어오면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궤양을 만든다.
1980년대 후반 세계적으로 기니벌레의 발병 건수는 연평균 350만건이나 됐다.
그러나 카터센터의 노력 덕분에 2022년 전 세계에서 확진 보고가 13건에 불과할 정도로 사실상 근절되다시피 했다.
이밖에 카터 전 대통령이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세계적으로 펼친 '해비타트 프로젝트'(사랑의 집짓기)도 남아공 등 아프리카에 큰 힘이 됐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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