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딱 1년 전 오늘(7일)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습니다. 곧바로 보복에 나선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지구 전역에 공격을 퍼부으면서 팔레스타인에서 4만 명 넘게 숨졌습니다. 이스라엘 사망자도 1천200여 명에 이릅니다. 기나긴 전쟁 속에 가자지구에서 살아남은 사람 대부분은 현재 굶어 죽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렇게 피해가 커지자, 국제사회가 거듭 휴전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중동에서 포성이 그치긴커녕, 오히려 전선이 더 넓어지고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레바논 헤즈볼라와 또 아래쪽에 예멘 후티 반군, 그리고 이란까지 7개 전선으로 확대됐습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참에 중동 질서를 재편하겠단 계획까지 세우면서, 5차 중동전쟁까지 우려되고 있습니다.
전쟁 1년을 맞은 중동 지역 상황을 이홍갑 기자, 김영아 기자가 차례로 전해 드립니다.
<기자>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화염 구름이 솟아오릅니다.
잇따라 섬광이 번쩍이고 포탄 불꽃이 사방으로 튀어 오릅니다.
현지 시간 일요일 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와 공항 근처를 폭격했습니다.
헤즈볼라 무기 저장고 등 거점을 공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말 지상전 개시 이래 가장 격렬한 공습이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고대 로마 유적 근처에도 폭탄이 떨어졌습니다.
[레바논 발벡 주민 : 제트기가 와서 사료 가게와 주유소를 공습했습니다. 여기 어디에 헤즈볼라의 장비가 있는지 보세요.]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에 화력을 집중해 잠시 잦아들었던 가자지구에도 포화가 거세졌습니다.
하마스 재건을 막겠다며 가자 중부를 폭격해 최소 26명이 숨지고 100명 가까이 다쳤습니다.
헤즈볼라도 보복에 나서 7일 새벽 이스라엘 북부 도시 하이파에 로켓이 떨어져 10명이 부상했습니다.
남부 베에르셰바의 버스 정거장에서는 테러 의심 총격 사건이 발생해 경찰 1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습니다. 용의자는 현장에서 사살됐습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국가안보부장관 : 테러리스트 가족들을 추방하는 법안을 총리에게 요청할 것입니다.]
가자전쟁 1년을 맞아 이스라엘은 가자는 물론 레바논에서 공세 수위를 더 끌어올리고 이란 보복 결의를 다지고 있습니다.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 : 여러분은 승리의 세대입니다. 우리는 함께 싸우고 하나님의 도움으로 승리할 것입니다.]
이란은 항공편 일시 중단 등 최고 경계 태세에 돌입했습니다.
(영상편집 : 김병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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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아 기자>
레바논 베이루트에 최대 규모 공습을 퍼부은 직후 군 지휘부를 만난 네타냐후 총리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습니다.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 : 1년 전 우리는 끔찍한 공격으로 고통받았습니다. 지난 12개월 동안 우리는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바꿔 왔습니다.]
1년 전 밝힌 가자전쟁의 목표는 인질 구출과 하마스 섬멸.
아직 어느 것도 완성하지 못했지만, 네타냐후는 오히려 헤즈볼라와 후티까지 공습하며 전선을 더 넓히고 있습니다.
이른바 '새로운 질서' 작전입니다.
자국민 1천200여 명이 숨진 하마스의 테러로 확보한 '명분'에, 대선을 앞둔 미국은 레임덕에 빠졌고, 경제난에 지친 이란 국민은 온건파 대통령을 선택했습니다.
3박자가 맞아떨어진 이번 기회에 중동의 안보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 UN 총회 연설 (현지시간 지난달 27일) : 이것은 '축복의 지도'입니다. 이스라엘과 아랍의 이스라엘 파트너들이 아시아에서 유럽을 잇는 육상의 다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사상 초유의 통신기기 공격을 앞세워 순식간에 헤즈볼라를 궤멸 위기에 몰아넣은 게 묘수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유일하게 이스라엘과 국경을 접한 '대리 세력' 헤즈볼라와 함께 이란도 사실상 창끝이 묶인 겁니다.
[인남식/국립외교원 교수 : (이란은) 결국은 공중전을 할 수밖에 없는 거고, 그러면 이스라엘은 4중 방공체제가 작동하고 있잖아요. 쏘면 요격돼요.]
최대 변수는 다음 달 미국 대선입니다.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 (공화당 대선후보) :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에 대해 물었을 때 그(바이든)는 '일단 공격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걱정하라'고 대답했어야 합니다.]
미국의 정치적 상황을 이용해 네타냐후가 위험한 도박에 나설 수 있다는 겁니다.
최악의 경우 네타냐후 총리가 강경파들의 연정 탈퇴로 실각할 위기를 피하기 위해, 2026년 9월 총선까지 전쟁을 끌고 갈 수 있다는 암울한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채철호)
이홍갑 기자 gaplee@sbs.co.kr
김영아 기자 younga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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