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통령실 취재하는 정치부 김태영 기자와 함께 좀 더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태영 기자, 여당 대표가 탄핵 대신 제시한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을 이야기한 지 반나절도 안 돼서, 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한 거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동훈 대표가 오늘 오전 대국민담화에서 "퇴진 전이라도 대통령이 외교를 포함해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지 반나절도 안 돼서 인사권을 행사한 겁니다.
이게 가능한 건 헌법 71조를 보면 지금 상황에선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등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돼있습니다.
[앵커]
대통령 궐위나 사고, 이건 어떤 경우가 해당이 되나요?
[기자]
궐위되거나 사고를 당하는 2가지 경우 뿐입니다.
헌법 전문가에 물어보니 여기에서 궐위는 대통령이 사망하거나 스스로 물러나거나, 탄핵으로 파면되는 등 대통령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입니다.
사고는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의 질병을 얻었거나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거나, 수사 과정에서 체포나 구금됐을 경우입니다.
현재 상태는 이들 경우에 해당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결국 윤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으로서 모든 권한을 행사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겁니다.
이상민 장관 해임 등 공무원 임면권, 국군통수권, 조약 체결 비준권, 사면 복권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심지어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즉, 거부권 더 나아가선 다시 계엄령 선포권까지 이론적으론 행사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야권에선 '윤 대통령이 다시 계엄령을 선포하더라도 군이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그런 선의에만 기대서는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대통령 권한을 그대로 행사해버린 게 하필이면 이상민 장관에 대한 것이었고,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후배이기도 하고 정권 초기부터 최측근으로 불려오기도 했잖아요.
[기자]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태원 참사 이후 책임론에도 자리를 지켰고 최근엔 차기 총리나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꾸준히 거론될 정도로 윤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10일 국회에서 이 장관에 대한 탄핵안이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었는데 이틀 앞두고 직에서 물러나게 해준 거여서, 지난 5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사의를 수용했을 때처럼 비난 여론이 거셀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럼 한동훈 대표가 내세우고 있는 이른 바 '질서있는 퇴진'은, 대통령이 이걸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지만 소용이 있고, 그렇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는 이야깁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상태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멈추게 하겠다는 발상 자체 역시 헌법에 없기 때문에 이런 지적이 쏟아지는 건데,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노희범/전 헌법재판소 연구관 : 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헌법에 규정한 근거도 없이 행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더군다나 정당은 행정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그런 국가권력이 아니에요.]
민주당도 그래서 대통령 직무 정지만이 유일하게 헌법에 정해진 절차라며 그 외 어떤 주장은 위헌이자 내란 지속 행위라고, 위헌 통치라고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이런 상황에서 여당 내부 친윤 의원들 사이에서는 당장 한동훈 대표와도 의견이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거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대통령의 직무배제, 조기 퇴진' 등 방안 놓고 당내 논의가 필요하다며 바로 국정 배제를 약속한 한 대표와 다른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인 건데요.
게다가 일임하는 방식, 퇴진하는 시기와 방식에 대해 대통령실이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저희 취재진에 "정책을 포함해 대통령과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결국 조기퇴진의 방식을 놓고 큰 틀에선 여야의 극한 대립 그리고 세부적으론 여권 내부의 내홍을 피할 수 없을 걸로 보입니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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