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한 여당이 질서있는 조기퇴진 구상을 내놨습니다. 당과 한덕수 총리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건데, 현실은 녹록지 않아보입니다. 정치부 이채림 기자와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이 기자, 오늘 담화의 핵심은 결국 대통령을 국정 운영에서 배제하겠단 거잖아요. 그런데 오늘 이상민 장관 사의를 수용했단 말이죠. 이건 어떻게 봐야합니까?
[기자]
이상민 장관은 어제 사의를 표명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행정적으론 오늘 재가가 났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대통령의 권한인 임면권을 행사한 게 맞습니다. 반면, "사의를 반려했다면 오히려 이게 더 적극적인 권한행사 아니냐 이런 반론도 있습니다. 문제는 사의 수용만을 놓고도 이런데, 실제로 대통령을 배제한 총리 중심의 국정운영이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이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거란 데 있습니다.
[앵커]
초유의 사태다 보니, 해석도 엇갈리는 상황인데,,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가 위임 받아서 행사할 수는 없는 겁니까?
[기자]
헌법 82조에 "대통령 행위는 문서로 하고, 이 문서는 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 즉, 함께 서명한다라고 돼있습니다. "군사에 관한 것도 같다"라는 조항이 있습니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총리나 장관이 함께 서명하지 않으면 대통령의 권한 역시 행사할 수 없다는 뜻이 됩니다. 다만 그간 관행적으로 총리는 이같은 헌법상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대통령 뜻을 따랐지만, 조문의 권한을 적극 행사해 사실상 책임총리제처럼 국정운영이 가능하단 해석도 있습니다.
[앵커]
근데 반대로 그 말은 대통령도 반드시 서명을 해야한다는 뜻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그 때문에 대통령의 유고 상황이 아니라면 형식적으로라도 대통령을 국정에서 완전히 배제할 순 없습니다. 한동훈 대표가 이상민 장관 사의 수용에 대해 '적극적 직무행사라고 보기 어렵다'고 한 것도 현실적인 한계를 감안한 걸로 보입니다. 다만 야당에선 이를 이유로 대통령의 국정 배제는 불가능한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국정운영은 그렇고요. 야당은 현재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 탄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여당은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대안으로 내놨는데, 구체적인 방식은 아직 모르는 거죠?
[기자]
네, 한동훈 대표는 최대한 빨리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여러 방안들이 거론되지만 여권에선 임기를 지금으로부터 1년 뒤인 내년을 넘기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겠냔 공감대는 있습니다. 당초 여권에선 내후년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때 대통령 4년 중임제 등을 포함한 개헌 투표를 하고, 윤 대통령의 임기를 1년 단축하는 방안이 거론됐습니다. 하지만 탄핵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이 심상치 않자 그것보다 시계를 앞당긴 겁니다. 일각에선 탄핵을 요구하는 야당을 설득하려면 적어도 탄핵심리기간과 비슷한 최대 180일, 그러니까 6개월 내 퇴진을 제안해야 한단 목소리도 나옵니다.
[앵커]
물론, 야당이 받아들일지도 미지수지만, 일정상으로만 보면 탄핵이 인용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굳이 탄핵이 아닌 질서있는 퇴진을 주장하는 배경이 뭔가요?
[기자]
한동훈 대표가 오늘 그에 대한 설명을 내놨습니다. 들어보시죠.
한동훈
"탄핵의 경우는 실제로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어떤 결정 나올지 불확실성 상당한 기간 진행. 그 과정에서 어제 광화문 보셨다시피 극심한 진영의 혼란이 예상됩니다."
그러니까 탄핵안 표결에 동참해서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인용을 할지, 기각을 할지를 두고 극심한 사회적 분열이 예상된단 겁니다. 이것보단 구체적인 퇴임 시기를 못박고, 수습책을 진행해 나가는 게 대내외적으로도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란 겁니다. 또 여당으로선 박 전 대통령에 이어 또 다시 자기당 소속 대통령을 탄핵할 경우 보수궤멸로 이어질 거란 위기 의식과 함께, 탄핵 뒤 곧바로 치러지는 대선은 필패란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실제 헌재의 박 전 대통령 탄핵안 결정까진 91일, 석달 정도 걸려 탄핵심리기일의 절반 만에 결론이 나왔습니다.
[앵커]
그런데 국민들이 어떻게 보느냐 이게 문제 아니겠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보수 일각에서야 여당의 그런 논리를 이해할 순 있겠지만 상당수 국민은 여당의 그같은 걱정 자체를 정치 논리로 받아들 수 있습니다. 특히 야당은 매 주말마다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진행하겠단 계획이죠. 주말 장외집회와 탄핵안 표결을 연계해 여당의 불참 모습을 부각시키는 방법으로 여권에 대한 비판 여론을 키워가겠단 구상입니다. 질서 있는 퇴진이든, 총리 중심 국정운영이든,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민심의 수용 여부가 될 걸로 보입니다.
[앵커]
어떤 권력도 민심을 이기지 못한다는 건 동서고금의 진리 아니겠습니까. 이번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죠.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이채림 기자(cr9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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