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요즘 대통령 탄핵촉구 집회에서 특히 주목받는 시민들이 바로 응원봉을 앞세운 10대, 20대 이른바 MZ세대인데요.
이들은 이렇게 사회문제에 침묵하지 않고 적극 나서게 된 배경으로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를 꼽았습니다.
청소년기와 청년기에 두 번의 대형참사를 겪고 부조리를 느끼면서 불의를 보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걸 체화하게 됐다는데요.
남효정 기자가 집회 현장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윤 대통령 탄핵을 외치는 국회 앞 집회 현장.
형형색색 응원봉과 함께 노란색 리본과 깃발들이 등장했습니다.
세월호참사를 추모하던 노란 리본을 다시 들고 나온 건 주로 10대 청소년과 20대 청년들.
학창시절 세월호참사를 겪은 이들은 국가가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눈 내란 사태를 지켜보며 침몰하는 뱃속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세월호참사를 떠올렸습니다.
[이수빈]
"저도 (희생자들과 동갑인) 97년생인데 스무살 때부터 박근혜 국정농단 때 집회에 나왔던‥ 국민을 농락하고 위협하는 것들을 지켜보며 집회에 참가하고."
[김은총]
"또래 친구들이 많이 죽는 걸 보면서 '국가 시스템이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구나'라는 경험을…"
서울 한복판에서 하룻밤에 159명의 청춘이 스러져간 이태원참사는 또 다른 세월호참사였습니다.
국민을 지켜주지 않은 국가.
묻혀버린 진실 규명.
이뤄지지 않은 책임자 처벌.
똑같이 재연된 참사의 모습은 불의한 국가 권력의 부조리를 온몸으로 느끼게 했습니다.
[김준호]
"이태원 참사가 제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정부가 제대로 책임을 지지 못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음을 당했다는 생각에 정말 분노했던 것 같습니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쳤지만 국가로부터 외면받은 고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은 행동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
더 이상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은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내란 앞에서 이들을 거리로 나서게 했습니다.
[왕태운]
"역사 공부를 하면서 우리나라의 민주화 정신같은 걸 공부하게 되면서 이렇게 국민이 참여를 해야 정치인들이 열심히 일하고 국가를 똑바로 바로 세울 수 있겠구나."
계엄선포 직후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 만 18세부터 29세까지의 탄핵 찬성 여론은 다른 모든 세대를 압도하는 86.8%.
[정유진]
"청년을 위한 사업같은 것도 많이 없애버리기도 했고. 그들을 위한 나라를 만들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병후]
"국가가 너무나도 국민에 대해서 소홀하게 대처하는 것이 아닌가. 젊은 세대들이 겪는 고통을 이렇게 묵과하고."
취업도, 결혼도, 내집 마련도, 무엇 하나 버겁지 않은 게 없는 이들은 이제 문제를 스스로 바로잡고자 합니다.
[구정우/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국가가 무능하다, 무책임하다' 이런 거를 느끼면서 성장한 세대예요. 계엄 사태와 탄핵 국면을 보는 느낌이 남다를 수밖에 없고. 민주주의를 지키고 또 확장시키는 그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사의 비극을 온몸으로 겪으며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지킬 수 없다는 걸 체화한 이들은 이제 당당히 행동하는 민주주의 세대가 되어 거리의 맨 앞에 서 있습니다.
MBC뉴스 남효정입니다.
영상취재: 강종수 / 영상편집: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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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강종수 / 영상편집: 송지원
남효정 기자(hjhj@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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