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미국에서는 진보 진영의 상징이자, 여성과 약자 편에서 평생을 싸웠던 한 여성 대법관이 별세했는데, 그를 추모하는 발걸음이 멈추질 않고 있습니다.
그의 죽음이 이번 대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는데요.
미국인들이 한 법조인의 죽음에 왜 이렇게 마음이 움직이는 건지, 워싱턴 박성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주말 내내 워싱턴의 대법원 앞에 추모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알파벳 약자 RBG로 불리는 그에게 "고맙다"는 작별 인사와, 그의 소수의견을 상징하는 "나는 반대합니다."는 문구가 두드러집니다.
2007년 긴즈버그 대법관이 여성임금 차별에 반대해 법 개정이 이뤄졌고, 여성들은 그 의미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리아 크리니키]
"긴즈버그 대법관이 하신 일 덕분에 제가 독신 여성으로서 자립할 수 있는 직업도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군사학교의 여성 입학 금지 철폐, 동성 결혼 합헌 등 법관은 판결로 말했고, 진보 성향 사람들은 그를 자신들의 상징이자 문화로 받아들였습니다.
[로렐 애론슨]
"저는 자라면서 긴즈버그 대법관 얼굴이 그려진 가방을 들고 다녔고, 셔츠, 잠옷 바지도 입었어요. 그 분이 아니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주요 언론들은 긴즈버그의 일생을 담은 영상을 제작해 추모에 동참했습니다.
그녀의 인생 역시 유대인이라서, 여성이라서, 또 어머니라 겪어야 했던 차별의 극복 과정이었다는 걸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보수 쪽에선 이런 그의 존재 자체가 부담이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기독교 복음주의 유권자들의 표심을 감안해 후임자 지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지난 19일)]
"다음주에 후임자를 지명할 것입니다. 여성입니다."
문제는 시기상 무리수를 둔다는 지적입니다.
청문회와 표결까지 대법관 인준에 1975년 이후 평균 68일 걸렸는데 현재 대선때까지 44일밖에 남지 않아 선거 이후로 지명을 미루라는 의견이 많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