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 켜진 크리스마스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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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서울=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유철종 기자 = 러시아의 침공으로 파괴 위협을 받는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의 역사지구가 유네스코의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은 전쟁(내전)이나 테러, 자연재해 등으로 파괴되거나 훼손될 위험에 처한 유산들을 대상으로 지정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orld Heritage Committee)는 25일(현지시간) 파리에서 개최한 제18차 특별회의에서 찬성 6표, 반대 1표, 기권 14표로 이같이 결정했다.
위원회는 이날 등재 찬성 여부를 물으면서, 등재를 하려면 투표 참여국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포함된 총 21개 위원국 중 7개국만이 찬성 또는 반대의사를 표명했는데, 등재에 필요한 최소 5개국 이상이 지지표를 던지면서 등재가 확정됐다.
이로써 우크라이나는 오데사의 유산을 보호하거나 복구가 필요할 때 국제사회로부터 한층 강화된 기술적,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유네스코는 설명했다.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회의가 끝나고 오데사 역사지구의 위험에 처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환영하는 성명을 냈다.
아줄레 총장은 "전쟁이 이어지는 동안 이뤄진 등재는 이 도시가 더는 파괴되지 않도록 보장하겠다는 우리 공동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문학, 예술에 흔적을 남긴 자유롭고 전설적인 세계 도시 오데사는 이제 국제 사회의 강화된 보호 아래 놓인다"고 덧붙였다.
유네스코는 194개 세계유산협약 당사국이 세계 유산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훼손할 수 있는 어떠한 조치도 의도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세계유산협약 당사국이며, 현재 임기제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으로 이번 특별회의에 참가했다.
유네스코는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오데사가 받는 위협을 고려해 세계유산협약 운영지침에 규정된 긴급 절차를 밟아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유네스코에서 화상 연설을 하면서 등재 신청을 공식화한 뒤 몇 주간 심사를 받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등재가 확정된 뒤 대통령실 명의로 낸 성명을 통해 "이번 국제적 조치는 우리가 오데사를 지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러시아는 테러와 공격 외에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등재를 환영했다.
반면 러시아는 정치적 동기에서 이루어진 조치라고 비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자체 웹사이트에 올린 논평에서 "공평성을 잃은 유네스코 사무국의 노골적 지원 하에 필요한 전문 평가없이 정치적 동기의 결정이 전격적으로 내려졌다"고 주장했다.
오데사가 러시아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오데사 항에 군사 설비와 무기를 배치해 이용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측의 행위도 유네스크의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제정 러시아 시절부터 우크라이나의 주요 문화·관광 중심지였던 오데사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여러 차례 러시아 측의 폭격을 받았다.
지난해 7월에는 1899년 개관한 오데사 미술관의 대형 유리 지붕과 창문이 폭격으로 파괴되기도 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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