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설 연휴를 앞두고 서울 주택가 골목에 쓰러져있던 취객이 차에 치여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했던 경찰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는데요, 경찰청장은 직접 사과했지만, 일선 경찰들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될지 모르겠다고 고민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장동욱 기자가 취객 보호와 경찰의 의무, 그 경계선에 오늘의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리포트]
밤길을 가던 차량이 도로에 누워 있는 사람을 칩니다.
바다에 빠진 사람을 구조대원이 구조하기도 합니다. 모두 술에 취한 주취자들입니다.
주취자들은 대낮 길거리에 흉기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리는가 하면, 부축빼기 일당의 표적이 되기도 합니다.
주취자는 그야말로 길거리의 시한폭탄인 셈입니다.
하루에 신고되는 음주 관련 신고는 1000건이 넘을 정도, 경찰은 쏟아지는 신고를 처리하면서 과잉 진압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지난달엔 만취한 50대 남성이 길가에 쓰러져있다 차에 깔려 숨졌는데, 출동한 경찰관 2명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경찰 관계자
"피해자가 욕을 하고 '경찰관 도움 필요 없다, 내 몸에 손대지 말라', 순찰차를 타고 건너편으로 가서 계속 관찰한 겁니다."
출동했던 경찰들은 감찰 대상이 됐고, 경찰청장은 고개를 숙였지만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윤희근 / 경찰청장
"지구대·파출소 경찰관들의 애로사항을 들어보면 첫째가 사실 주취자 처리 문제입니다. 합리적인 대안이 무엇인지를."
취객 보호차원에서 마련됐던 주취자 안정실은 2010년 인권침해 논란 속에 10년 만에 사라졌고, 경찰은 재작년 대응 매뉴얼을 만들었습니다.
주취자가 도로변에 누워 있으면 안전한 장소로 옮기거나 지구대로 동행해야 하고, 구호가 필요한 경우에는 응급의료센터로 옮겨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도움을 거부하는 취객을 강제로 이동시키기 힘들고, 만취의 기준을 어디에 둘지도 애매합니다.
경찰 관계자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거예요. 개인의 신체 침해이기 때문에."
일선에선 주취자들을 일일이 지구대에서 보호하거나 후송하다가는 다른 신고를 감당할 수 없다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파출소 경찰관
"사건의 90%가 싸움, 술 때문에 그러는 거고. 경찰관이 어디까지 해줘야 지금 되느냐."
전문가들은 경찰에만 책임을 떠넘겨선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지자체, 의료기관이 협력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곽대경 /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
"(경찰은) 범죄가 발생하고 거기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처리하는 그런 게 더 필요하거든요. 지방자치단체하고 좀 역할 분담을 하는 그런 방향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술자리도 늘어나는 상황, 거리를 활보하는 취객들의 처리 책임을 경찰에만 지울 수 있는지, 뉴스7 포커스였습니다.
장동욱 기자(eastwoo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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