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서 "우리 정부가 이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전임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면서 "저 역시 편한 길을 택해 최악의 한일 관계를 방치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었지만, 그건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했죠. 한일 간 민감한 현안이 논의됐다는 정상회담의 뒷얘기, 일본 언론을 통해 나오면서 여전히 논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관련 소식을 류정화 상황실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오늘(21일) 국회상황실, 여론상황실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한국 여론 아니고, 일본 여론입니다. 한일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한 일본 여론,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가 배 이상 높습니다. 요미우리 신문은 긍정 평가가 65%, 부정평가가 24% 였고요. 아사히 신문은 63%가 긍정, 부정이 21% 였습니다. 기시다 내각에 대한 지지율도 한달 전과 비교해 소폭 올랐다고 하는데요.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 정상회담을 거치며 떨어진 것과는 대비됩니다. 민주당은 결국 지난 한일 정상회담 일본의 입맛에 맞춘, 신 을사조약에 버금가는 굴욕외교였다고 주장하면서, 국정조사 카드까지 꺼내들었습니다.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신 을사조약에 버금가는 대일 굴욕외교를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사과 한마디 없이 모든 것을 내주고 일본으로부터 추가로 받은 청구서가 대체 몇 개인지 모르겠습니다.]
회담의 후폭풍, 계속되고 있습니다. '강제동원' 문제를 포함한 공식 의제 말고도 독도 영유권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후쿠시마 수산물 규제 철회 및 오염수 방류 문제가 한일 간 논의 테이블에 올랐는지 아닌지 논란이 이어지면섭니다.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은 "독도·위안부 문제는 명확하게 논의된 적 없고, 후쿠시마 수산물 문제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어떤 애기 했는지 공개할 수 없다"는 겁니다. 사실상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규제나 오염수 방류 등에 대해선 언급했다고 인정한 것으로 풀이됐는데요.
이 관계자는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문제는 과학적 안전성이 믿을만하게 보장돼야 하고, 국민들의 정서상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 때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을 예로 들었는데요. "정서적으로 광우병 (논란이) 생겼을 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국산 쇠고기를 안먹었지만, 미국인들, 유학·여행 간 사람들이 먹어도 문제 없으니까 자연스럽게 해소된것처럼 시간이 필요하다" 고 한 겁니다.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문제는 WTO에 제소해 어렵게 승소를 이끌어낸 사안이죠. 야권에선대통령이 뭐라고 답변했는지 공개하라 안전성 검증을 거쳐 수입을 하겠다는 얘기냐고 공세를 폈습니다.
[안호영/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어제) : 윤석열 대통령은 도대체 뭐라고 말한 것입니까?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은 기가 막힙니다. 수산물 수입 규제 문제가 국가안보와 직결된 문제라 언급할 수 없습니까?]
[이정미/정의당 대표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안정성이 검증되어야 된다' 이런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러면 안정성 검증 과정을 거치면 수입을 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인지… 정말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부인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대화 소재로 올랐을 거란 게 중론인데요. 출처가 일본 관방 부장관이 회담 내용을 설명하는 백브리핑, 즉 믿을만한 소스였기 때문입니다. 기하라 세이지 관방 부장관의 정확한 발언을 제가 좀 취재해봤습니다. "한일 관계를 전반적으로 논의하는 가운데, 그중엔 지적하신 다케시마 문제도 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기시다 총리는 착실한 이행을 요구했다. 기자가 '수산물 수출 규제는?'이라고 묻자 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고 했다는 겁니다. 기시다 총리는 2015년 위안부 협상의 일본 측 당사자죠. 위안부와 후쿠시마 수산물 문제에 대해선 일본 측 입장을 발혔단 뜻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독도에 대한 언급 '그중엔 다케시마 문제도 있다'는 말은 기하라 관방 부장관의 개인적인 의견을 덧댄 것이고 기시다 총리의 언급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정상회담 후일담과 관련 보도가 계속 쏟아지는 것, 야권 뿐 아니라 국민의힘에서도 '뒤통수 치기'라고 표현 했습니다. 기시다 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진 정치인, 기하라 부장관의 발언은 문책해야 할 수준이라고도 했습니다.
[하태경/국민의힘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뒤통수치기 맞죠. {맞습니까?} 맞죠. 맞는데 그걸 잘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장관, 부장관 이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됩니다. 그러면 국회의원들은 자기 정치를 합니다. 관방 부장관 이런 식으로 발언하는 거는 사실 이번에 기시다 총리를 욕보이는 거고 이런 사람들은 문책을 해야 된다.]
우리 정부 관계자들도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해서 언급됐는지 안 됐는지 애매한 태도를 취했단 소식 이미 전해드렸는데요. 그런데 지난 회담에서 일본이 회담장에 올린 이야기들, 이 뿐만이 아닙니다. 한일 간 논쟁이 되고 있는 레이더 초계기 문제와 강제동원 현장인 일본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문제도 언급했다는 게 일본 측의 주장이죠. 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소녀상 철거'문제도 언급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이즈미 겐타/일본 입헌민주당 대표 (현지시간 지난 17일) : '레이더 조사'에 대해서도 과제라든가 또는 위안부상(소녀상)에 대해서도, 그리고 납치 문제에 대해서도 이쪽에서 언급을 했습니다.]
일본은 이런 다양한 요구를 했는데, 우리 대통령이 요구한 건 뭐냐,는 질문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상간 대화는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답변을 갈음했습니다. "일부 (일본) 언론이 왜곡 보도하는 경우가 있지만 일본 정부가 정상 간 대화를 공개하진 않은 걸로 안다"고도 했습니다. 민주당은 정상회담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상희/더불어민주당 의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저쪽은 관방부 장관이 {이야기를 하는데} 얘기를 하는데 아니, 우리는 왜 얘기를 못 합니까? 우리가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얘기를 기시다가 했으면, 그러면 윤석열 대통령이 '이렇게 이렇게 응답을 했고 우리 국민들이 걱정을 안 하도록 했다. 그리고 우리가 당당하게 했다' 이거 이야기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당당하게 하지 못한 거 아닙니까.]
여권에서도 대통령의 설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는데요. 외교안보 참모들의 '대신 홍보'가 아니라 대통령의 직접 설명이 필요해보인단 겁니다.
[장성철/공론센터 소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홍보가 아니라요. 설명이 부족했어요. 외교부 장관이나 김태효 1차장이 나와서 얘기를 하는데, 그분들 얘기보다 대통령이 이러한 과거의 문제 또한 미래로 나가야 될 문제잖아요. 그럼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거 같아요.]
그래서일까요.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 국무회의에서의 모두발언을 생중계로 공개했는데 지금부턴 그 내용 좀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총 23분간, 글자 수로는 5700자였는데요. '대국민 여론전'으로 정면 돌파에 나선것으로 풀이 됩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일관계는 이제 과거를 넘어서야 한다"면서 "이젠 일본을 당당하고 자신있게 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제12회 국무회의 : 한·일 관계는 한 쪽이 더 얻으면 다른 쪽이 그만큼 더 잃는 제로섬의 관계가 아닙니다. 한·일 관계는 함께 노력해서 함께 더 많이 얻는 윈-윈 관계가 될 수 있고 또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저는 우리 정부가 이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정상회담에서의 성과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경제와 안보의 측면에서 한일 간 협력 뿐 아니라 한미일 협력까지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했습니다.
[제12회 국무회의 : 상호 화이트리스트의 신속한 원상회복을 위해 긴밀한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했습니다. 저는 선제적으로 우리 측의 일본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복원을 위해 필요한 법적 절차에 착수하도록 오늘 산업부 장관에게 지시할 것입니다. 2019년 한국이 취한 지소미아 종료 선언과 그 유예로 인한 제도적 불확실성을 이번에 확실하게 제거함으로써 한·미·일, 한·일 군사정보 협력을 강화하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임 정부와 야당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선 수렁에 빠진 한일관계르 그대로 방치해, 그 여파로 양국 국민과 재일 동포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했는데요. 지난 한일 정상회담은 윤 대통령이 직접 내린 결단이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제12회 국무회의 : 저 역시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편한 길을 선택해서 역대 최악의 한·일 관계를 방치하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마저 적대적 민족주의와 반일 감정을 자극해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 한다면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야당과 시민 사회를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는데요. 일본은 이미 수십차례에 걸쳐 과거사를 반성하고 사과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제12회 국무회의 : 우리 사회에는 배타적 민족주의와 반일을 외치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합니다.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에 걸쳐 우리에게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표한 바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전쟁을 겪었지만 화해한 독일과 프랑스 사례, 일본의 배상을 포기 혹은 거부한 중국의 사례를 들었는데요. 반면 우리나라는 일본과 위안부 합의의 결과물로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했지만 2년만에 해체해버렸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발언들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자화자찬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치욕적 조공과 굴욕외교로 일본의 환대만, 그리고 친교만 얻으면 그만이라는 윤석열 정권의 단견이야말로 완벽한 '식민지 콤플렉스'입니다. 국익은 물론 국민 뜻에 역행하는 굴욕외교를 추진해 놓고서는 이를 성과라며 자화자찬하는 모습까지, 정말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국민의힘 역시, 과거 정부를 탓한 윤 대통령의 시각과 같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지금 민주당의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비판, 역시 '이재명 방탄'의 일환이라는 건데요. 국민 세금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원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가 계승하려는 김대중 오부치 선언의 김대중 전 대통령도 친일파고 매국노냐고 물었습니다.
[이철규/국민의힘 사무총장 : 지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국가 재정으로 일제 강제징용(동원)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대의 지급했습니다. 또한 독도 수역을 한·일 공동수역으로 설정한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고 민주당의 주장대로라면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일본의 하수인이 되는 것입니까.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도 망국적 야합을 한 것입니까?]
윤석열 대통령이 23분 간의 공개 발언을 통해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입장을 밝혔지만요. 논의 테이블에 올랐는지 아닌지 논란이 되고 있는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관련 논란은 국회로 옮겨와서 외통위에서 질의 응답이 이뤄졌는데요. 관련 소식 들어가서 더 얘기해보겠습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윤 대통령 "한·일 과거 넘어서야"…민주 "회담 내용 공개하라" >
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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