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감염병이 전 세계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면 우선 발병한 나라에서 백신을 제때 맞추는 게 중요하죠. 그런데 백신은 반드시 낮은 온도에서 운반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백신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조동찬 의학전문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세균이 침투할 수 없도록 소독 같은 절차를 거친 뒤, SBS 취재진이 수도권에 있는 의약품 제조공장에 들어갑니다.
이곳에서는 각종 로봇이 톱니바퀴가 맞물린 것처럼 백신을 만들고 있습니다.
[조원준/개발사 책임연구원 : 약물이 담겨 있는 물질을 저희 틀 안에 채워주고….]
백신의 성분은 기존과 같지만, 주사기의 바늘이 다릅니다.
마이크로니들, 즉 '미세 주사 바늘'입니다.
통증을 유발하지 않고 정확하게 혈관까지 도달하는 모기 바늘침의 구조를 주사기 바늘에 활용한 것입니다.
이게 실제 백신이 들어 있는 약품인데요, 제가 이것과 동일한, 약이 들어 있지 않은 제품을 한 번 맞아보겠습니다.
[(이게 끝난 건가요?) 5분 정도를 기다려주시면 (됩니다.)]
길이 0.8mm, 직경 0.35mm.
기존 코로나19 백신용 바늘이 길이 25mm, 직경 0.5mm였으니 특히 길이가 30분의 1로 짧습니다.
백신 정량을 딱 필요한 위치에 주사할 수 있다고 개발사는 말합니다.
[백승기/'미세 주사 바늘' 개발회사 대표 : 피부 안에는 면역세포가 다수 존재하는데요. 그 층에다가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액체로만 주사하는 기존 바늘 백신은 8℃ 이하 저온 보관해야 하지만, 미세 바늘은 길이가 짧아서 고체 백신도 주사할 수 있고, 그래서 1년 넘게 상온 보관도 가능하다고 개발사는 강조합니다.
이 개발이 성공하면, '콜드체인', 즉 백신의 저온 운반 체계가 취약한 보건후진국들도 폭넓은 백신 접종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미국 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에, 국제기금의 지원을 받은 국내 기업이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김한이/국제보건기술연구기금(라이트재단) 대표 : 단 하나의 (미국) 기업에 의존하는 건 세계 보건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으면서 차별화된 한국의 (미세바늘) 기술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개발사는 이 미세 바늘에 대한 식약처의 승인을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황인석, 영상편집 : 박기덕, 디자인 : 방명환, VJ : 신소영)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dongchar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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