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방치해 사망' 3주 됐는데…장례 못 치른 에어컨 기사 유족
[앵커]
지난달 전남 장성에서 에어컨을 설치하던 20대 청년 노동자가 열사병으로 숨졌습니다.
숨진 청년은 쓰러진 뒤에도 1시간 가까이 방치됐는데요, 유가족은 20일 넘게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경인 기자입니다.
[기자]
낮 최고기온이 35도에 육박했던 지난달 13일.
건장한 20대 청년이 학교 급식실에서 나오더니 헛구역질을 합니다.
급식실로 들어간 청년은 2분 만에 다시 나와 쓰러질 듯 비틀거립니다.
몸조차 가누지 못하며 심각한 이상증세를 보입니다.
폭염 속에서 에어컨을 설치하다가 열사병으로 숨진 27살 양준혁 씨입니다.
출근한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회사 동료들은 양씨의 모습을 모두 지켜봤습니다.
하지만 곧장 119에 신고하는 대신 뙤약볕 아래 쓰러진 양씨의 사진을 찍어 가족에게 보냈습니다.
119 신고는 양씨가 이상증세를 보인 지 40분 뒤 이뤄졌습니다.
50분간 방치된 양씨는 결국 열사병으로 숨졌습니다.
유가족은 20일 넘게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회사와 원청업체 등으로부터 사과를 듣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안치실에 있는 우리 아들 앞에서 제발 무릎 꿇고 사죄한다고 한 사람이라도 와서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유족과 시민단체는 광주고용노동청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노동당국의 특별근로감독과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안전보건 확보조치 의무를 미이행해서 부실하게 했기 때문에 사망이 발생한 거니까 중대재해처벌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상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노동 당국과 경찰은 중대재해처벌법과 업무상 과실치사 여부를 수사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김경인입니다. (kikim@yna.co.kr)
[영상취재기자 : 이승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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