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특정 병원이나 회사 이름이 붙은 지하철역,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특정 회사들이 입찰을 통해 돈을 주고 역 이름을 사는 건데요. 매년 40억 가까운 수익을 낼 수 있어 서울교통공사의 만성 적자를 해결해 줄 수익 사업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공공성을 따져야 하는 지하철역 이름에 단순히 돈을 가장 많이 내는 업체들이 선정되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배성재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이번 역은 강남, 하루플랜트치과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서울 2호선 강남역 하차 안내음에 한 치과 상호가 소개됩니다.
올여름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역명 공모에 참여해, 감정평가액의 2배가 넘는 11억 원에 3년간 병기 역명을 낙찰받은 겁니다.
강남역명에 개인 병원명이 함께 적힌 걸 두고 시민들 반응은 엇갈립니다.
[강민/서울 동작구 : 돈 주고 광고하는 거니까 시민들이 더 나은 지하철, 더 나은 시설을 사용하려면 저런 광고 정도는 괜찮지 않나….]
[김미정/서울 중구 : 공공적인 역이 자기 개인 상호를 위한 역은 아니잖아요. 대중성 있는 지하철역에다가 하는 거는 조금….]
2호선 성수역은 CJ 올리브영, 5호선 여의나루역은 유진투자증권이 따냈습니다.
지난해 발산역 역명 공모에서는 한 개인병원이 지역 대학병원인 이대서울병원보다 입찰가를 850만 원 더 써내 역명을 낙찰받았습니다.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이지민/서울 강서구 : (SNU서울병원이 어딘지 아세요?) 저기 뒤에 있는 이대병원인 줄 알았는데. 솔직히 딱 발산역만 두고 보면 바로 앞에 있는 저 이대병원을 SNU 병원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코레일 운영 구간을 관리하는 국가철도공단도 병기역명 제도를 운영하는데, 입찰 과정에 공공성 비중을 크게 배점한 뒤, 공익기관에는 만점을 부여합니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는 구체적인 배점 기준 없이 "응찰 금액이 같으면 공공성이 높은 기관 순으로 선정한다"고만 심사 기준에 명시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최고 입찰가를 써낸 곳이 낙찰을 받게 되는 겁니다.
논란이 이어지자 서울교통공사는 공공성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개선 방향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강시우, 영상편집 : 원형희, 디자인 : 서승현, VJ : 이준영)
배성재 기자 ship@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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