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계엄 당일 판교 정보사령부에는 민간인 노상원 씨의 지시를 받은 구삼회 육군 2기갑여단장과 방정환 국방부 정책차장이 대기하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계엄 선포 전 이들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면서 계엄 때 구성되는 합동수사본부를 언급했다는 진술이 확인됐습니다.
장성급 지휘관들과 HID 요원들이 모여 있던 정보사가, 12.3 내란의 막후 기지 역할을 한 것 아닌지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덕영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 리포트 ▶
비상계엄 선포 5시간 전인 3일 오후 5시 30분.
구삼회 육군 2기갑여단장과 방정환 국방부 정책차장이 판교에 있는 정보사령부에 도착했습니다.
이들을 위병소에서 사무실로 안내한 사람은 '롯데리아 계엄회동'에 참석했던 정보사 정 모 대령.
두 사람은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얘기를 하다 누군가와 통화를 했는데, 마침 사무실에 들어갔던 정 대령이 통화 내용을 들었습니다.
정 대령은 이들 중 한 명이 누군가와 통화하며 "'본'입니까, '부'입니까"라고 물었고, 잠시 뒤 "'부' 알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고는 '합동수사본부'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습니다.
정 대령은 이 말을 듣고 "계엄일 수 있겠다"는 인식을 처음으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구삼회 2기갑여단장과 방정환 준장은 노상원 씨 지시로 정보사에 갔다면서도, 사전에 계엄은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정 대령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두 사람은 계엄을 미리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또 방첩사령부에 설치되는 합동수사본부를 이들이 언급한 것을 두고 노상원 씨가 지휘하는 부정선거를 수사하는 별도의 비선 조직을 만들려 했던 거란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문상호 사령관을 비롯해 이날 정보사에 모인 주요 지휘관들은 모두 노상원의 지시를 받고 간 측근들로 분류됩니다.
계엄선포 직후 정보사 요원 10명은 과천 중앙선관위를 장악한 뒤 서버를 촬영했고, HID를 비롯한 정보사 정예요원 38명이 다음 날 선관위 직원 체포를 위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당시 정보사령부가 사실상 12.3 내란의 막후 기지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옵니다.
[김병주/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12.12 쿠데타 때 보면 9사단장이나 1군단장, 여러 부대장들이 서울 경비단에 와 있었잖아요. 그런 모형을 본떠서 기갑여단장을 필요시에 병력을 동원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정보사에 대기시킨 것이 아닌가."
경찰에 이같은 진술을 한 정 모 대령은 오늘 변호사를 통해 "잘못된 판단과 행동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린다"며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수사기관에 진술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MBC뉴스 이덕영입니다.
영상편집: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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