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배달을 하던 중에 가슴 통증을 호소했던 한 택배 노동자가 지난 5일에 숨졌습니다. 택배 노동자가 일을 하다가 숨진 건 확인된 사례만 올해 세 번째입니다. 노조와 유족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과로사를 했다고 주장합니다. JTBC가 확보한 음성 파일엔 병상에 누워서도 택배 일을 걱정했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수진 기자입니다.
[이수진 기자]
숨진 택배 노동자 서모 씨는 지난 3달 동안 한 달 평균 7000개, 하루 평균 280개 넘게 배달해야 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전 물량의 1.5배 정도 수준입니다.
그러다 지난달 27일 택배를 배송하던 중 가슴 통증을 느꼈습니다.
다음 날 병원 응급실을 찾아갔지만, 곧바로 정신을 잃었습니다.
긴급하게 심장 수술을 받고 정신을 차린 서씨는 병상에서 다시 택배 일을 걱정했습니다.
[고 서모 씨/누나 통화 내용 : (택배하는 건 회사가 좀 알아서 해야할 거 같던데) 사람을 대든지 해서… 내가 옆에는 있어야지. 조금이라도 수익이 있어야지, 내가.]
서씨 대신 택배 물량을 채울 대체 인력을 구하고, 본인도 다시 일을 나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통화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택배 물량이 폭증해 아파도 병원조차 갈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서씨의 설명도 담겼습니다.
[고 서모 씨/누나 통화 내용 :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바로 병원 가고) 이번에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바로 병원에 갔을 텐데. 그때부터 일도 많이 바빠지고 병원에 가기도 그렇고 해서.]
이 통화가 마지막 대화였습니다.
몇 시간 뒤 다시 심장에 이상이 생겼고 사흘 뒤 세상을 떠났습니다.
서씨가 일했던 A택배회사 관계자는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라 충분히 자기가 알아서 쉴 수 있다"며 "서씨의 죽음을 과로사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택배노조는 회사가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김태완/전국택배연대노조 : 성실히 땀흘려 일했는데 이 억울한 죽음에 대해 정부와 택배사들은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