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정말 잘 읽었어요"
"나도 아직 다 못 읽었는데…"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하게 된 국회의원이, 선거를 앞둔 출판기념회에서 '진실의 입'을 주체하지 못합니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알바 써서 사재기 한 거예요"
"제가 안 쓰고 대필작가가 썼어요"
"석 달에… (고료가) 천만 원"
정치인 출판기념회의 진실이 영화처럼 적나라하게 담긴 녹취가 공개된 적이 있습니다. 어느 교육감 측 관계자가, 선거 때 상대 후보가 사퇴해준 대가로, 출판기념회 수익금을 주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출판기념회 하면 줄 돈의 절반 이상은 정리될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러자 사퇴 후보 측이 "일곱 개의 절반이냐"고 되묻지요. 여기서 개는 억 단위를 가리킵니다. 출판기념회가 가장 자연스럽다는 얘기는 또 무슨 뜻일까요. 정치후원금은 영수증 발행, 선관위 신고, 회계 검사까지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투명하게 운용해야 합니다.
반면 출판기념회의 이른바 책값은 아무 제한 없이 받아 아무데나 써도 됩니다. 그래서 정치인 출판기념회가 공공연한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 모금회로 불린 지도 오래됐습니다.
중앙선관위 노태악 위원장이 "출판기념회 모금액을 정치자금에 포함시키고, 책값은 책 정가대로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선관위가 출판기념회 금품 수수 금지를 비롯한 법 개정 의견을 냈다"고 밝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정가에는 황당하고 해괴한 출판기념회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회 산자위원장 시절, 사무실에 카드단말기를 차려놓고 피감 기관들에게 자신의 시집을 팔았습니다. 경이로운 알뜰살림으로 장안의 화제를 모았던 황희 전 문체부 장관은 출판기념회 수입 7천만 원으로 아파트 전세 대출금을 갚았다고 했지요.
어느 광역시장은 선거 직전 출판기념회에 2만 명이 다녀갔다고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힘센 정치인들이 츨판기념회로 10억을 모았다는 뒷말도 심심찮게 나옵니다. 이제 또 총선이 다가오니 이런 뉴스 등장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그래도 국민 눈치는 보였던지, 여야 가리지 않고 쇄신이니 혁신이니 외칠 때마다 '돈 받는 출판기념회 금지'를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치가 언제 제 손으로 제 머리 깎는 장면을 보여준 적이 있던가요.
대필 작가에게 씌우는 경우 고료가, 국회의원은 3천에서 5천만 원쯤 된다고 합니다. 그런 책들은 아무리 비싸게 샀어도 곧장 쓰레기통으로 사라지기 십상입니다. 아무리 책의 가치가 떨어진 시대라고는 하지만 제발 책에 대한 예의는 지킵시다.
2월 1일 앵커의 시선은 '쓰레기를 줄입시다' 였습니다.
신동욱 기자(tjmic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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