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해드린대로 조계종의 큰 기둥 자승 스님이 돌연 입적한 것을 놓고 경찰이 다각도로 수사를 펼치고 있습니다. 현장을 취재한 사회부 전정원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전 기자가 어젯밤 현장에 직접 갔는데 당시 상황을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저희 취재진이 칠장사에 도착했을 땐 화재가 일어난 요사채로 가는 길은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었고, 경찰이 진입을 막고 있었는데요, 화재현장 아래쪽엔 진화작업에 쓰인 물이 영하의 날씨에 얼어붙어 빙판길을 만들고 있을 정도로 급박했던 상황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사찰 관계자들도 이날 사고의 충격으로 취재진과 대화를 거부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앵커]
자승 스님은 왜 칠장사를 찾으셨던 건가요?
[기자]
네 자승 스님은 사찰 인근에서 스님들을 돌보는 요양병원 명예 이사장으로 활동을 하면서 평소에도 종종 칠장사를 방문했다고 하는데요. 이날도 낮 3시쯤, 칠장사를 찾아 차담회를 가졌는데, 사찰 관계자들에게 “하루 묵고 가려 한다”면서 숙소 건물인 요사채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자승 스님이 홀로 요사채로 올라간 지 2시간이 채 되지 않아 불길이 솟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불은 인근 사찰로는 번지지 않아 문화재 소실은 없었습니다.
[앵커]
자승 스님의 입적은 어떻게 확인이 된 겁니까?
[기자]
네, 화재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인원 63명과 장비 18대를 동원해 진압에 나섰는데요, 신고 1시간 만인 저녁 7시 50분쯤 큰 불길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이즈음부터 자승 스님의 연락이 두절됐고, 건물 내부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불에 탄 시신 한 구가 발견됩니다. 시신이 크게 훼손돼 신원 확인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밤 11시쯤 조계종에서 칠장사 내 CCTV 등을 분석한 결과, 자승 스님의 입적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찰에 있던 주지스님 등 다른 스님들은 다행히 화재 현장에서 떨어져 있어 추가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앵커]
현장 주변에서 자승 스님이 쓴 걸로 보이는 유서도 발견됐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네, 자승 스님의 승용차에서 유서 형태의 메모장 2장이 발견됐습니다. 각각의 메모지에는 ‘자승’ 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요, 경찰 관계자에게는 “스스로 인연을 달리할 뿐이니 검시할 필요가 없다.”, “CCTV에 다 녹화되어 있으니 번거롭게 하지 마시길 부탁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또 칠장사 주지스님에겐 “여기서 세연을 끝내게 돼 민폐가 많다”, “이 건물은 상좌들이 복원할 것이다. 미안하고 고맙다”는 메모가 남겨져 있었습니다. 경찰과 조계종은 이 메모지가 실제로 자승 스님이 작성한 게 맞는지 필적 등을 확인할 예정입니다.
[앵커]
자승 스님은, 조계종를 상징하는 큰 스님이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1954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자승 스님은 18세에 출가를 했는데요. 1986년 총무원 교무국장을 시작으로 종단의 주요 직책을 두루 맡으며 조계종 중흥에 힘써왔습니다. 지난 2009년에는 90%가 넘는 역대 최고 지지율로 제33대 총무원장으로 선출됐고, 2013년 제34대로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총무원장 퇴임 이후엔 서울 강남 봉은사의 회주로서 불교계 고문 역할까지 하면서 “앞으로 10년간 대학생 전법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활발한 활동을 해 온 자승 스님이 돌연 입적해 불교계도 큰 충격에 빠졌는데, 경찰이 다각도로 수사를 펼친다고요?
[기자]
네, 일단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 형태의 메모가 실제로 자승 스님이 쓴 것인지, 작성 시점과 경위도 파악돼야 할 부분이고요. 화재 당시 사찰에 있었던 주지스님 등 4명에 대해서도 경찰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확인할 계획입니다.
[앵커]
자승 스님 장례는 어떻게 치러집니까?
[기자]
네 대한불교 조계종은 오늘 오전 중으로 조계종 총무원과 재적 교구본사인 용주사가 함께 장례법령을 검토한 뒤 종단 차원의 공식 부고를 발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자승 스님 장례는 서울 봉은사에서 5일장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 전 기자 잘 들었습니다.
전정원 기자(gard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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