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프로야구 삼성의 트레이닝 코치가 팀원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지난겨울 비활동 기간에, 자신이 일했었던 외부 트레이닝 센터에서 팀 선수들뿐만 아니라 일반인까지 돌보게 했고, 팀원들은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겁니다.
전영민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12월과 1월은 프로야구 '비활동 기간'으로, 선수들에게 급여가 나오지 않고 단체활동도 금지됩니다.
마찬가지로 대부분 '개인 사업자' 신분인 구단 트레이너들 역시 급여가 없는 휴식 기간인데, 지난해 11월, 삼성 트레이너 A 씨는 신임 팀장 B 씨로부터 이례적인 지시를 받았습니다.
12월부터 외부 트레이닝 센터에서 선수 40여 명의 체력훈련을 지도하라는 지시였습니다.
알고 보니 B 씨가 삼성에 오기 전 일했던 곳이었습니다.
[A 씨/전 삼성 트레이너 : (자기가) 근무했었던 센터에서 이제 선수들 겨울 비시즌 훈련을 진행하겠다, 그러니까 선수들 최대한 많이 모아봐라 해서 일일이 전화를 다 했었어요.]
그런데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선수들을 지도한 뒤 이 센터의 일반 회원들을 밤늦게까지 돌봐야 했던 겁니다.
[A 씨/전 삼성 트레이너 : '가려면 가' 이런 분위기고. 누가 먼저 가거나 이러면 뒤에서 '저렇게 하면 안 돼' 막 이런 식으로 분위기들을 조성을 했었습니다.]
심지어 센터의 회원이던 이종열 단장의 딸이 병원에 가는데 동행한 일도 있었습니다.
[A 씨/전 삼성 트레이너 : 병원 진료를 가게 됐어요. OOO 코치가 '같이 따라가라, 네가 갔다 와라' 해서 병원에 가서 주사 맞히고 그렇게 다시 데려다주고.]
이 센터는 구단으로부터 4천만 원 넘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밤늦게까지 두 달간 일했는데도 임금 얘기가 없자, 팀장 B 씨에게 물어본 A 씨는 당황스러운 답을 들었습니다.
[B 씨/삼성 트레이너 팀장 : (○○센터에서 운동했던 그거는 다 어떻게 받는 겁니까?) 그냥 ○○(외부 센터 대표)이가 주는 대로 받아. 나는 안 주면 그냥 안 주는 대로 아무 말 안 할 거야. ○○(외부 센터 대표)이가 그걸로 빚을 다 갚으면 우리한테 신세 지는 거고.]
트레이너들은 올해 2월에야 센터로부터 돈을 받았지만, A 씨는 두 달간의 최저임금도 안 되는 300만 원을 받았고, 다른 한 명은 아예 한 푼도 못 받았습니다.
해당 팀장은 SBS의 질의에 "그 기간에는 신분상으로 삼성 구단이 아닌 센터 소속이었고, 당시 구단 훈련시설이 공사 중이라 이 센터를 이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트레이너들에게 외부인을 지도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고, 센터의 대표가 아니어서 임금 문제는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SBS가 입수한 전화 녹취에는 훈련 시작 전부터 트레이너들의 비활동기간 근무와 임금 지급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 있습니다.
[B 씨/삼성 트레이너 팀장 : 비시즌에 (고위 임원이) 시키고 싶어 하는데 우리 월급이 안 나오기 때문에, 구단이 지금 ○○센터에 지불을 하고, 그 돈으로 우리한테 월급을 줄 거예요. 어떻게 보면 구단이 지금 머리를 쓴 거예요.]
(영상취재 : 주 범·이재영, 영상편집 : 이정택, 디자인 : 이재준)
전영민 기자 ymi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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