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윤석열 대통령이 첫 법무부장관으로 발탁했을 때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을 때도, 한동훈 전 대표는 누구에게 '맹종하지 않겠다'고 했죠.
하지만 막상 정치무대에 발을 딛자 비대위원장으로서도 당대표로서도 자신을 발탁한 '윤심'과 자신을 지켜보는 '민심'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했습니다.
그리고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엔 '질서있는 퇴진'과 탄핵 사이를 오가다, 결국 자신을 발탁한 윤 대통령 옹호 세력을 이겨내지 못한 채 당 대표직을 내려놓게 됐습니다.
고재민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 리포트 ▶
윤석열 대통령 당선과 함께 법무장관으로 깜짝 발탁된 한동훈 검사.
그의 첫 일성은 "윤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겠다" 였습니다.
[한동훈/당시 법무부장관 지명자 (2022년 4월)]
"개인적인 연에 기대지 않았고, 그리고 맹종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야당을 향한 도발적 화법은 늘 화제였습니다.
[한동훈/당시 법무부장관 (2022년 10월)]
"어떤 종류의 공직이라든가 다 걸겠습니다. 의원님 뭐 거시겠습니까? 거시는 거 좋아하시잖아요?"
한동훈 전 장관은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 구원투수로 등판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이종섭 전 호주대사 출국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혹독한 민심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한동훈/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난 1월)]
"국민들께서 걱정하실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했던 장면은 정치인 한동훈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지난 1월)]
"어, 그래."
192대 108,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73일 만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채 상병 특검법, 김 여사 문제를 두고도 그는 항상 '윤심'과 '민심' 사이에서 갈등했습니다.
명태균씨 관련 폭로가 터지는데도 특검 필요성에 대해선 즉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12·3 불법 비상계엄사태'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비상계엄 선포를 '위법·위헌적"이라고 했다가 하루 만에 탄핵은 막겠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윤 대통령이 자신을 체포하려고 한 사실을 알게 된 후에야 "직무 정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당에 국정을 일임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한 마디에 '질서있는 퇴진'으로 또 다시 돌아섰습니다.
뒤늦게 탄핵 찬성을 호소했지만 이미 당내 기반은 무너진 뒤였습니다.
[한동훈/국민의힘 대표 (지난 12일)]
"당론으로서 탄핵을 찬성하자는 제안을 드립니다."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에 대한 '배신자', '이기주의자'라는 오명을 쓴 채 내몰리듯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윤심과 민심 사이에서 갈등했던 지난 1년은, 그가 다시 정치인으로 돌아왔을 때 어디에 서야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MBC뉴스 고재민입니다.
영상취재: 김해동, 이지호 / 영상편집: 박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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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민 기자(jmin@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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