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경찰이 지난 주말 서울 남태령까지 트랙터를 몰고 온 농민들에 대해, 소환을 통보하고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국민의힘 내 소위 친윤인사들이 농민 시위에 대해 비난하고 "몽둥이가 답"이라는 막말까지 쏟아낸 이후 벌어진 일인데요.
대통령 관저앞 변호사들의 1인 시위부터 농민시위에 대응하는 모습까지, 정부 고위층과 여당이 내란죄 피의자들을 방어하고, 비판을 억누르는 쪽으로 태세를 전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고병찬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일렬로 늘어선 경찰 버스가 길목을 완전히 틀어막고 있고, 앞에 모인 시민들은 길을 열라고 소리칩니다.
"차빼라 차빼라 차빼라."
경찰이 차벽을 세워 전국농민회총연맹의 트랙터 행진을 전면 통제한 겁니다.
결국 28시간 대치 끝에 야당과 시민들의 항의로, 경찰은 결국 트랙터 10대에 한해, 서울 진입을 허용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부터 여당내에서는 농민집회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윤상현 의원은 SNS에 난동 세력에게는 몽둥이가 답이라고 적었고, 오늘은 권성동 원내대표가 가세했습니다.
[권성동/국민의힘 원내대표]
"트랙터로 시민 이동에 극심한 혼란을 야기하고 경찰 버스를 들어 올리는 물리력을 행사하고 경찰을 폭행하며 시위 현장에서 음주까지 한다면 이는 시위가 아니라 난동입니다."
밤새 시민 3만 명이 참여한 집회를 싸잡아 난동으로 몰아세운 겁니다.
때마침 한 보수신문은 란 기사와 사설을 연이틀 실었습니다.
그리고 경찰은 오늘 오전 트랙터 시위를 주도한 전농 지도부 2명에 대해서 집시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습니다.
[권혁주/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
"1박 2일 내내 차 빼라고 할 때는 시간을 끌더니만 집회가 끝나고 나니까 무슨 전광석화처럼 이렇게 출석 요구서를 보내는 것도 경찰의 태도에 아주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경찰은 이미 법원이 집회에 트랙터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례로 인정했다는 입장인 반면, 집회 주최 측은 경찰의 자의적 해석일 뿐이라고 반박합니다.
[김상은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과거 판례의 취지는 집회를 본질적으로 금지하지 않도록 상황에 따라서 트랙터 행진을 제한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남태령에서 차벽을 세운 건 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게 되는 명백한 위법행위입니다."
나아가 정부, 여당에 보조를 맞춘 경찰이 또다시 입틀막 대응으로 전환한 거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박한희 변호사/시민단체 '공권력감시대응팀']
"예전보다 더 심하게 집회를 못하도록 압박을 하고 있는 거죠. 조직 전체가 내란에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거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휘부가 내란에 가담해 구속된 경찰이 지금 할 일은 시민들을 보호하고 집회와 시위를 보장하는 거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MBC뉴스 고병찬입니다.
영상취재: 이주혁 / 영상편집: 김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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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찬 기자(kick@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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