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때문에 목숨 걸었다는 왕이나 대통령을 본 적이 없다."
나훈아가 5년 전 소신 발언을 하자 여야가 제 논에 물 대느라 바빴습니다. 야당이던 국민의힘은 반색을 했지요. "우리 마음을 속 시원하게 대변해 줬다." 민주당이 "착각 말라"고 받아쳤습니다. "나훈아는 민주주의를 노래하고 있다."
엊그제 은퇴 공연에선 왼팔을 가리키며 "니는 잘했냐"고 묻자 험한 말을 쏟아냈습니다. "그냥 입 닫고 가라."
같은 종소리도 듣는 사람 따라 달리 들리는 모양입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지렁이가 땡볕을 기어가며 온몸으로 자국을 남깁니다. 그걸 보며 시인이 마지막 시를 썼습니다. '판독이 어려운 일필휘지를, 촉새 몇 마리 따라가며 읽는다. 쿡쿡 쪼아 맛본다. 제멋대로 재잘대는 화려한 오독(誤讀)' 왈가왈부, 찧고 까부는 자들에게 던진 일갈입니다.
양대 정당 지지율이 계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여론조사가 잇달고 있습니다. 탄핵 민심과는 사뭇 다른 반전입니다. 민주당의 폭주와 보수 결집이 그려낸 쌍곡선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습니다.
민주당은 한덕수 대행 탄핵 소추에 이어 최상목 대행까지 고발했습니다. 자극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습니다.
"내란죄를 형사 재판하는 법원에서 윤석열은 사형을 당할 거예요."
'대통령이 도주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전국에 지명 수배' 하랍니다. "카카오톡으로 가짜 뉴스를 퍼 나르는 일반인도 내란 선동으로 고발한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오늘은 이재명 대표가 최상목 대행을 직격했습니다. "대한민국을 가장 불안정하게 만드는 제일 주범이다."
국민의힘도 고무된 듯 마구 나갔습니다. 대통령 관저 앞 시위, 김상욱 의원 탈당 압박, 백골단 회견 주선…
그러더니 입단속으로 돌아서는 듯합니다. 자신들이 잘해서 지지율이 오른 게 아니라고 각성한 것인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나훈아도 마지막 무대에서 말했지요. "오른쪽이 잘했다는 얘기가 아니다."
국민은 가뜩이나 힘듭니다. 어느 쪽이든 민심을 오독해 함부로 내달리다간, 지지율쯤은 삭풍 앞 잎새처럼 날아가 버릴 겁니다.
1월 13일 앵커칼럼 오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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