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또 오네'
(남원=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최근 사흘 동안 내린 집중호우로 큰 침수 피해를 본 10일 전북 남원시 송동면 한 축사에서 소들이 밖을 바라보고 있다. 2020.8.10 jaya@yna.co.kr
(남원=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축사 천장까지 물이 차 버렸어. 내가 자식같이 키운 소들인데…"
수마가 할퀴고 지나간 축사 모습은 전장처럼 처참했다.
눈도 채 감지 못한 소 사체가 곳곳에 널브러져 있고, 터져버린 사료 포대가 온 마당에 흩뿌려져 있었다.
배에 가스가 가득 찬 소 사체 주변으로는 큼지막한 파리들이 쉴 새 없이 모여들었다. 빗속에 반쯤 잠긴 소 사체에서는 형용할 수 없는 고약한 악취가 뿜어져 나왔다.
소 사체에서 흐르는 검붉은 물과 분뇨, 이날 내린 빗물이 축사 곳곳에 모여 커다란 웅덩이를 만들었다.
종잇장처럼 접힌 지붕과 엿가락처럼 휘어버린 축사 기둥은 집중호우 당시 피해를 짐작게 했다.
10일 오후 찾은 전북 남원시 송동면 최모(62) 씨 축사는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마치 폭격이라도 맞은 듯 축사 10개 칸 모두 성한 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부서져 있었다.
최씨 축사는 섬진강댐 방류가 시작된 지난 8일 오후부터 침수가 시작됐다. 서서히 차오른 물은 집중호우를 견디지 못한 제방이 무너지면서 기어코 축사를 삼켰다.
최씨는 소들을 구하기 위해 차를 끌고 축사 입구까지 갔으나 처참한 광경에 이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축사 절반 이상 차오른 물 사이로 '음매, 음매' 하는 안타까운 울음소리가 들렸지만, 도저히 인력으로는 소들을 구할 수 없었다고 했다.
폐허가 된 축사
(남원=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최근 사흘 동안 내린 집중호우로 큰 침수 피해를 본 10일 전북 남원시 송동면 한 축사에 집기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2020.8.10 jaya@yna.co.kr
전날까지 물이 가득 차 있던 최씨 축사는 이날이 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