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소 Q&A] 형사재판 첫 전직 대통령 향후 운명은…혐의·쟁점·파장
성추문 덮으려다 법정 끌려가게 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미국 뉴욕주 검찰은 30일(현지시간)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돈으로 성추문을 막으려 한 혐의를 받는 그에 대한 기소 결정을 대배심으로부터 얻어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벌까지 받을지, 사법처리 과정이 다가오는 2024년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기초적인 사실관계, 미국 주요 언론들의 현지 분위기 등을 종합해 사안을 문답 형태로 풀어본다.
-- 미국에서 형사 기소란 무엇인가.
▲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범죄 혐의로 재판받기 위해 법정에 끌려 나온다는 의미다. 미국 연방법원, 대다수 주법원에서 기소(indictment)는 검찰 등 수사기관의 중간수사 결과를 두고 대배심이 결정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뉴욕주 법원의 대배심이 검찰의 주장을 토대로 기소 결정을 내렸다. 뉴욕주에서 대배심은 23명으로 구성되고 기소에는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대배심 평결 절차는 비밀이다. 그러나 기소 결정이 나왔다는 것은 최소 12명이 찬성했다는 의미다. 이는 일반적 상식을 지닌 시민들 중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가 재판에서 다툴만하다고 평가한 이들이 우세했다는 것으로 읽을 수도 있다.
--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슨 혐의를 받는가.
▲ 성추문을 돈으로 막으려고 했다는 혐의다. 뉴욕주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11월 대선 직전에 전직 성인물 배우와 성관계를 감추려고 13만 달러를 해당 배우에게 전달한 혐의를 5년 가까이 수사해왔다.
문제의 포르노 스타의 이름은 스토미 대니얼스(본명 스테파니 클리퍼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이던 마이클 코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니얼스가 폭로를 위해 언론과 접촉한다는 소문을 듣자 '입막음 돈'(hush money)을 전달하라고 해 이를 2016년 10월 자기 돈으로 집행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코언이 쓴 돈의 변제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회사 공금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족기업인 트럼프 그룹을 통해 코언에게 13만 달러를 나중에 채워주면서 회사 내부 문건에 '법률자문 비용'이라고 기재했다. 이는 기업의 문서조작을 금지한 뉴욕주 법률을 어기는 범법행위다. 뉴욕주에서 기업문서 조작은 경범죄다. 그러나 선거와 관련해 이런 행위가 이뤄졌다면 중범죄가 될 수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입막음 돈은 '간단한 사적인 거래'라며 선거운동과 관련된 자금이 아니라고 2018년 12월에 부정한 바 있다.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 사실을 담은 공소장은 기소와 함께 피고인이 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정에 처음으로 출두할 때 공개된다. 혐의 사실은 나중에 더 구체적으로 드러날 예정이다.
--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수갑 차고 체포될까.
▲ 일반적으로 기소되면 수갑을 차고 체포될 가능성이 있다. 현지언론은 검찰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과 접촉해 자발적으로 법정에 나오게 하는 방안을 권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런 방식을 통해 대중 앞에서 공개적으로 체포되는 사태를 피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개적인 체포를 원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가디언 등 언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다수 측근을 인용해 그가 등 뒤로 수갑을 차고 대중에 체포 장면이 중계되길 원한다고 전했다. 허위 정치 공세에 희생되는 '순교자' 이미지를 연출해내면 지지세 결집으로 차기 대선에서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시나리오라고 한다. 그런 맥락에서인 듯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체포될 것이라고 지난 18일 대중에 예고하기도 했다.
만약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끝까지 자진 출두를 거부하면 검찰은 플로리다주 당국에 그를 뉴욕주까지 압송해달라고 요청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일각에서 의심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체포 퍼포먼스'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 향후 펼쳐질 일반적인 사법처리 절차는.
▲ 기소된 피고인은 자진 출두하거나 체포된 뒤에 비공개로 지문을 날인하고 범죄인 사진인 '머그샷'을 찍게 된다. 자진 출두, 체포 두 경우 모두 이 절차는 똑같다.
다음 절차는 피고인이 검찰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할지 무죄를 주장할지 입장을 밝히는 죄상인부심리(arraignment hearing)다. 현재로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죄를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판사는 피고인이 보석금을 내고 석방될지, 그냥 석방할지, 재판 개시 때까지 활동에 별도 제재를 가할지 등을 결정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부심은 맨해튼 법정에서 공개로 열리게 된다.
그 다음으로는 혐의 사실이나 재판에 사용될 증거를 채택하고 재판 일정을 잡는 준비심리가 진행된다. 피고인이 이미 유죄를 인정한 상태라면 다음 절차는 형을 선고하는 재판이다. 무죄를 주장한 경우에는 정식 재판이 시작된다. 유무죄는 배심원이 평결한다. 무죄 평결을 받으면 재판이 그대로 끝나고 유죄 평결을 받으면 판사가 형량을 조절해 처벌을 선고한다.
--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감방에 갈까.
▲ 아직 모른다. 일단 구체적 혐의가 적시돼야 범죄의 중대성, 즉 처벌수위를 알 수 있다. 게다가 혐의가 특정되더라도 배심원의 유죄평결이 있어야 징역형과 같은 형량 선고가 이뤄진다.
이번 사건 수사를 주도하는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검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기 전에 허위 기업문서 조작뿐만 아니라 다른 혐의가 하나 있다고 밝혔다. 현지언론은 이를 선거자금법 위반으로 본다. 이는 뉴욕주에서 처벌 수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범죄로 최대 형량은 4년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감방에 갈 가능성이 현재로서 원칙적으로는 열려 있는 셈이다.
--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할 수는 있을까.
▲ 있다. 미국 공화당이나 민주당 등 주요 정당 후보 중에서 과거에 그런 사례는 없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판 중이거나 유죄평결을 받더라도 출마는 할 수 있다. 미국 헌법에 적시된 대통령 후보의 조건은 ▲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 ▲ 35세 이상 연령 ▲ 최소 14년 이상 거주한 미국인 등 세 가지다. 리처드 해슨 캘리포니아대 법학과 교수는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나 유죄평결 때문에 출마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종합 결론을 내렸다.
-- 후보자의 범죄 혐의가 선거운동에 중대 타격은 아닌가.
▲ 그럴 수도 있지만 정반대일 가능성도 작지 않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는 당장 공화당 내 대선후보 경선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 크다. 그 영향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현재로서는 오리무중이다. 일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내에서 더 큰 지지를 받을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예능스타 출신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큰 관심 속에 여론을 유리하게 몰아가는 데 동물적 감각을 보여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정치적 박해를 받고 있다는 주장을 지지자들에게 피력하고 있다. 그가 2016년 대선에서 완승한 것도 갖은 굴곡에서 펼친 쇼맨십이 한몫한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다른 한편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운동과 범죄 재판 변론을 병행하기에 물리적으로 힘겨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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