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고등법원에 출석하는 해리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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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누군가 이 광기를 멈추기 전까지 타자기를 두드리는 손가락에 얼마나 더 많은 피를 더 묻혀야 하나요. 일부 기자들과 편집장들은 아마도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죽음을 초래하기도 했습니다."
영국 해리(38) 왕자는 6일(현지시간) 런던 고등법원에서 열린 타블로이드 매체의 해킹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비열한" 보도를 해온 언론들을 비난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AFP,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이번 재판은 해리 왕자를 비롯한 100여명이 데일리 미러, 선데이 미러, 더 피플 등을 거느린 미러 그룹 뉴스페이퍼(MGN)가 1996∼2010년 송고한 기사 147건에 불법 수집한 정보가 담겼다며 제기한 소송에 따른 것이다.
해리 왕자는 MGN 산하 매체들이 자신에 관해 작성한 기사 33건에 담긴 내용은 불법적인 방식으로 입수한 것이라며 "이 기사들은 내가 성장하는 데 중요한, 그리고 파괴적인 역할을 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플레이보이 왕자", "멍청이", "실패자", "낙제자"와 같은 도장을 찍은 기사들 때문에 여자친구와 헤어지는 등 인간관계를 망가뜨려 우울증과 편집증으로 이어졌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타블로이드 매체가 자신과 아내 메건 마클의 사생활을 보도하면서 증오와 괴롭힘을 부추겼다며 "지금 돌이켜보면 그들의 그러한 행동은 완전히 비열했다"고 지적했다.
해리 왕자는 소송의 목적이 복수가 아니라며 "언론에 주어진 특혜와 권력을 이용하고, 법에 어긋나는 불법적인 수단을 쓴 사람들을 적절하게 중단시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영국 왕실 인사는 일반적으로 정치적인 발언에 거리를 두는 편이지만, 2020년 왕실을 떠난 해리 왕자는 언론에 책임을 묻기를 두려워하는 경찰과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해리 왕자는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로서의 위상은 언론과 정부의 상태로 평가받는데, 둘 다 모두 바닥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혹평했다.
이어 "언론이 정부를 면밀히 조사하거나, 책임을 묻지 않고 현상 유지를 할 수 있도록 함께 잠자리에 들기를 택한다면 민주주의는 실패한다"고 꼬집었다.
해리 왕자 측 변호인은 그의 어머니인 다이애나비도 데일리 미러의 전 편집장인 피어스 모건과 그의 기자들에게 휴대전화를 해킹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지금은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에서 일하는 유명 방송인인 피어스 모건은 이러한 의혹을 줄곧 부인해왔다.
MGN 측은 과거 휴대전화 해킹으로 얻은 정보로 쓴 기사 때문에 600건이 넘는 합의를 봤지만, 해리 왕자가 같은 피해를 봤다는 증거는 없다고 반박했다.
MGN 측 변호인은 해리 왕자가 겪었다는 고통은 일반적인 언론 보도가 야기한 것이지 MGN 산하 매체가 작성한 특정한 기사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MGN은 해리 왕자의 개인 정보가 등장하는 기사의 출처는 그의 아버지인 찰스 3세 국왕을 포함해 왕실 고위 인사 보좌관들에게서 나왔다고 밝혔다.
영국 왕실 고위 인사가 법원에 출석해 증언한 것은 1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해리 왕자는 더메일과 메일 일요판의 모회사인 '어소시에이티드 뉴스페이퍼스'(ANL), 더선 등을 거느린 '뉴스 그룹 뉴스페이퍼스'(NGN)와도 소송을 하고 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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