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대통령후보 해리스 옆에서 연설하는 부통령후보 월즈
[필라델피아 로이터=연합뉴스]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We are not going back)"
미국 민주당은 6일(현지시간)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부통령 후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로 진용을 갖춘 뒤 처음 개최한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유세에서 이 구호를 유독 자주 반복했다.
유세장인 템플대학 체육관을 가득 메운 지지자들은 연설자의 선창에 따라 열광적으로 이를 복창했다.
민주당은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 추종자들을 미국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퇴행적 세력으로 규정하고, 해리스 부통령과 자신들은 미래 세력으로 차별화하기 위해 이 구호를 줄곧 사용해왔다.
이번 선거는 '과거로의 회귀냐, 미래로의 전진이냐'를 결정짓는 선거라는 대결구도에서다.
하지만 민주당 정·부통령 후보로 해리스-월즈가 단짝을 이뤄 출격한 이날 유세에서는 11월5일 대선을 3개월 앞두고 새로운 출발점에 선 민주당의 각오와 기운을 담은 표현으로 들리기도 했다.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당내 경선에서 승리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재선도전 포기를 선언한 지 17일만에 열린 이날 필라델피아 유세는 민주당의 실질적인 대선 출정식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이날 유세 장소는 지난달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도중 총격을 당한 뒤 피를 흘리며 '파이트(fight·싸우자)'를 외쳐 상당한 정치적 모멘텀을 얻었던 펜실베이니아주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깊은 듯했다.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의 유세 때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연사들의 격정적 사자후와 청중들의 열광적 호응은 "이제 해볼 만하다"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자신감이 그대로 묻어나는 듯했다.
이날 유세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월즈 주지사, 그리고 그들에 앞서 연설하며 '홈그라운드' 주지사로서 행사장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등은 11월 대선을 '자유 수호를 위한 선거'로 규정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여성이 자기 몸에 대해 결정할 자유", "사랑하는 사람을 공개적으로 자긍심을 갖고 사랑할 자유", "총기 폭력으로부터 안전할 자유" 등을 거론하며 여성의 낙태권 및 성소수자의 권익 보장, 총기 규제 강화 등 민주당의 핵심 진보 의제들을 '근본적 자유 수호'의 프레임으로 설파했다.
[그래픽] 미국 대선 부통령 후보 월즈 vs 밴스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0eun@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연설하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해리스
[EPA=연합뉴스]
특히 그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돌아오면 이와 같은 자유들이 침해당할 것이라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해리스 부통령에 이어 마지막 연사로 월즈 주지사가 연설에 나서며 분위기는 절정에 이르렀다.
이날 공개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고 답할 정도로 전국적인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월즈 주지사는 20분이 채 안 되는 연설을 통해 어떻게 자신이 쟁쟁한 다른 부통령 후보들을 따돌리고 부통령 후보로 발탁됐는지를 입증했다.
그는 주방위군, 미식축구 코치, 교사 등 자신의 서민적인 이력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는가 하면, 질박하고 위트가 있으면서도 강조점이 분명한 연설로 청중들의 큰 호응을 끌어냈다.
24년간 주방위군으로 복무한 자신의 경력을 언급하며 "트럼프는 봉사에 대해 하나도 모른다", "그는 자기 자신을 위해 봉사하기 바빴다"는 등의 신랄한 표현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또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에 대해서는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의 지원으로 자기 경력을 만들었고, 공동체를 쓰레기 취급한 베스트셀러(힐빌리의 노래)를 썼는데 그것은 미국 중산층의 모습이 아니다"면서 "나는 그와 토론(TV토론)하고 싶어 못 견디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또 체외 인공수정(IVF)을 포함한 여성의 임신 및 출산 관련 권리 보장을 역설하면서는 자신과 부인의 난임 치료 경험을 소개해 논의의 현실감을 더했다.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이후 짧은 기간에 큰 혼란 없이 정·부통령 후보를 다시 뽑고 새 출발의 전기를 마련하는 데 일단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공개된 공영매체 NPR·PBS과 마리스트의 전국 유권자 대상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51%의 지지율로 48%에 그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섰다.
또 해리스 캠프는 이날 오전 월즈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발표한 이후 만 하루도 안 돼 2천만 달러(약 273억원) 이상의 후원금이 답지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오는 19∼22일 시카고에서 열리는 전당대회를 계기로 대선 판세를 '우세' 국면으로 전환하겠다는 야심 찬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 같은 국면은 대선 패배를 우려했던 분위기를 바꾸는 전환점인 동시에 새로운 도전의 시작일 수도 있다.
정·부통령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과 월즈 주지사에 대한 미국 국민과 언론의 본격적이고 엄정한 검증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찬조연설자로 나선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로이터=연합뉴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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