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지난해 인천 검단신도시의 LH 신축 아파트에서 지하주차장이 무너진, 이른바 '순살 아파트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 철근이 빠져 있던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는데 LH가 같은 공법을 적용한 현장 다섯 곳 중 한 곳꼴로 철근 누락이 있었고, LH와 전관 사이의 유착과 금품 수수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감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손하늘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천장의 콘크리트 더미가 바닥으로 내려앉았습니다.
지붕을 지탱해야 할 철근들은 엿가락처럼 휘어져 쏟아졌습니다.
무너진 이 신축 아파트는 불과 몇 달 뒤면 주민들이 들어와 머물 예정이었습니다.
[원희룡/당시 국토교통부 장관 (지난해 7월)]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상황에 대해서 정말 국민 여러분 앞에 무겁게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
30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를 연상케 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에 시중에는 '순살 아파트'라는 말이 유행했고, 국민 불안이 커졌습니다.
그런데, 같은 공법을 적용한 공공주택지구 102곳 가운데 23곳에서 이런 철근 누락이 발생한 사실이 감사 결과 확인됐습니다.
사고가 난 무량판구조는 천장을 받치는 보 없이 기둥만으로 하중을 지탱하기 때문에, 반드시 기둥 주변으로 철근을 꼬아 넣어 강도를 높여야 합니다.
하지만 붕괴된 검단 아파트를 포함해 상당수 단지에서 애당초 하중 계산이 잘못됐거나, 설계 또는 시공 단계에서 철근을 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철근을 누락한 23곳 가운데 구조도면 작성을 전문 구조사무소가 직접 맡은 경우는 단 한곳도 없었습니다.
감사원은 눈으로만 확인해도 알 수 있는 이런 부실공사를 LH가 어느 단계에서도 잡아내지 않았다고 결론냈습니다.
[전형철/감사원 공공기관감사국 2과장]
"구조설계 검수·감독 업무를 태만하게 한 결과, 무량판구조에서 반드시 설치되어야 하는 전단보강근이 구조도면에서 누락되거나 시공 시 누락되었습니다."
부실한 감독의 배경에는 전관 업체와의 유착이 있었습니다.
감사원은 붕괴 사고가 난 인천 검단 지역의 또 다른 현장 공사 관리관이 갓 퇴직한 전관들과 베트남 다낭 등지로 골프여행을 다녀온 사실을 포착했습니다.
이 관리관은 전관업체에서 상품권을 받아 명품백을 사는 데 쓰기도 했는데, 감사가 시작되자 휴대전화를 파기하는 등 증거 인멸까지 시도했습니다.
감사원은 LH에 임직원 33명의 비위 사실을 통보하고 문책과 주의를 요구하는 한편, 대검찰청에도 수사를 요청했습니다.
MBC뉴스 손하늘입니다.
영상취재 : 김동세 / 영상편집 : 윤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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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하늘 기자(sonar@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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