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지난 3월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대사 부임 11일 만에 방위산업협력회의에 참석한다며 귀국하는 일이 있었죠.
총선을 앞두고 여론이 악화되자 귀국 명분을 만들기 위해 약 7천만 원 예산을 쓰면서까지 일회성 회의를 급조한 거란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랬던 건지 회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외교부가, 내년에는 관련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조희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지난 3월 대사 부임을 위해 호주로 출국한 이종섭 전 국방장관.
[이종섭/전 국방부 장관 (지난 3월 10일)]
"〈어떻게 (입구에) 취재진 다 있는데 오신 거예요?〉 ……. 왜 이렇게까지 해야 돼?"
출국금지까지 풀어가며 어렵게 부임했지만 11일 만에 다시 귀국했습니다.
방위산업협력 공관장 회의에 참석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호주 등 6개국 대사가 모여 방산 시장 현황을 논의한다는 건데, 전례 없던 회의인 데다, 일부 공관장은 뉴스를 통해 회의 개최를 알게 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급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채상병 사건 수사를 피해 도망간 거라고 여론이 악화되자, 귀국 명분을 만들기 위한 회의였다는 겁니다.
[이종섭/당시 주호주대사 (지난 3월 21일)]
"〈도피 출국 논란이 있었는데, 그걸 의식하셔서 입국하신 건지요?〉 또 어떤? 〈사의 표명하실 생각 있나요?〉 또 다른 질문 있습니까?"
게다가 회의를 주관해야 할 국방부 장관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기존 일정 때문에 개회식에 참석도 못 했습니다.
[이종섭/당시 주호주대사 (지난 3월 28일)]
"〈언제까지 국내에 계실 예정이신가요? 공수처 조사 다 받고 나가실 예정이세요?〉 ……. "
회의에 사용된 예산이 7천여만 원.
비즈니스석이었던 항공료에 4천4백만 원, 서울 중심가 호텔 숙박비로만 1천500만 원이 쓰였습니다.
당시 외교부는 방산 수출 증가로 필요한 회의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이종섭 전 장관의 대사 사임과 함께 필요하다던 이 회의도 영영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외교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는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와 관련된 내용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외교부는 "글로벌 방산시장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필요성을 판단할 예정"이라고 해명했지만, 사실상 이종섭 전 장관을 구하기 위한 일회성 회의였음을 외교부 스스로 예산을 통해 자백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MBC뉴스 조희형입니다.
영상편집 : 박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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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편집 : 박병근
조희형 기자(joyhyeong@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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