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이고 범죄적인 '드레스트 투 킬'"
선악이 뒤섞인 주인공이 마술처럼 옷을 갈아입습니다.
그녀의 옷차림 '드레스트 투 킬 (Dressed to kill)'은 두 가지 의미를 함께 지닙니다.
먼저, 음유시인 레너드 코언이 노래했듯 '끝내주게 잘 차려입는다'는 뜻입니다.
"모두 잘 입고서…오늘 밤을 끝장내자"
또 하나는, 말 그대로 누군가를 파멸시키러 가는 '살기 어린 옷차림' 입니다. 이 잔혹 스릴러에 등장하는 살인자의 여장(女裝)처럼 말입니다. 히치콕 걸작 '사이코'에 바치는 경배, 오마주이지요.
그런데 '화살을 보면 맛있는 새 구이 부터 찾는' 사냥꾼도 있기 마련입니다. 사정이 급해 앞뒤 안 가리는 겁니다.
"끌어내려야 한다."
이재명 대표가 하루 세 번 연달아 공언했습니다.
"선거를 못 기다릴 정도로 심각하면, 도저히 못 견디겠으면 중간에 끌어내리는 게 민주주의다."
누군지 지칭하지 않았지만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말해도 안 되면 징치해야 합니다. 징치해도 안 되면 끌어내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징치(懲治)란 '징계해 죄를 다스린다'는 뜻입니다. 말로도 안 되고, 절차를 밟는 징계도 안 되면 힘으로라도 끌어내리자는 건가요. 그건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섣부른 주장이다 싶었던지 민주당 지도부가 '원칙적 일반론' 이라고 진화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미 대상을 찍어 말했습니다.
"정권이 국리민복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끌어내려야 한다."
얼마 전엔 군주민수(君舟民水), 넉 자를 올렸습니다. 그 말을 거론하며 "윤석열 정권은 파도 앞에 돛단배 신세"라고 한 적도 있습니다.
급기야 하루 세 번 "끌어내리자"고 외치는 이 대표, 왠지 급해 보입니다.
11월 선고에서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형이 나와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대선 출마 길이 막힙니다. 유일한 돌파구는 조기 대선뿐입니다.
"하늘엔 조각구름, 무정한 세월이여…"
가뜩이나 짧은 가을, 빨리도 갑니다. 11월 중순이면 강추위가 닥쳐온다고 합니다. 가는 가을이 무정합니다.
10월 7일 앵커칼럼 오늘 '급하다, 가을날이 갈수록' 이었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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