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도심 테러에 대응하는 우리 군 최정예 부대원들에게 지난해 새 총기가 지급됐습니다.
그런데 현장 대원들의 불만이 쏟아지면서, 도입 두 달 만에 개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더 취재해 보니, 이미 검증 단계에서 총기가 고장 났었는데도 '적합' 판정이 내려졌고, 총을 써야 할 특전사는 "대원이 위험할 수도 있다"며 수차례 절규에 가까운 반대 의견을 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나세웅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 리포트 ▶
도심 건물 속에서 벌어진 테러 상황,
각종 시설물에 잠입한 테러범을 수준 높은 사격술로 제압합니다.
대테러 부대는 순간의 판단이 인질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어, 신속한 사격이 가능한 총기가 필수입니다.
우리 군은 작년 8월 이스라엘제 기관단총 9백여 정을 사들여, 각 군 최정예 특수부대에 보급했습니다.
58억 원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도입 두 달만인 작년 10월, 군이 부랴부랴 총기 개선에 착수했습니다.
야간 조준장치 연결선에 장전 손잡이가 걸리는 등 여러 결함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특전 대원 사이에선 "고장이 빈발한다", "실전이라면 다른 총을 쓰겠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습니다.
검증이 충실했을까?
군 평가단이 재작년 이스라엘 제조사를 방문해 시험 사격하는 장면입니다.
특전 대원이 높낮이를 달리해 9개 구멍으로 사격하는 '나인홀' 평가 도중, 안전 문제로 중단합니다.
[이스라엘 업체 관계자]
"바닥에 누워서 쏘는 건‥안 돼요. 알겠죠?"
방독면을 쓰고 사격하는 항목에선 심지어 총기가 고장 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특전사령부는 검토 의견서에, "방독면 정화통이 탄피배출구를 막아 장애가 발생"했다며, "기준 미충족" 의견을 적시했습니다.
[태상호/군사전문기자]
"'잠깐만 기다려 내가 (방독면) 정화통으로 오른쪽으로 바꿔 껴야 돼' 그러면 범인이 기다려줄까‥초도 아니고 거의 나노 초 상간에 목숨이 오가는데."
그러나, 상부인 육군 시험평가단 판단은 달랐습니다.
"총 각도를 조정해서 탄피 배출구 방향을 바꾸면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그러자, 특전사는 상급부대인 합참에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합니다.
재작년 10월 작성된 특전사의 의견서.
"대테러전은 150미터 이내 은밀한 사격이 요구되는데, 사격 중 고장은 아군의 생존성을 저해하는 매우 치명적 결함"이고, "탄피 배출구 방향을 바꾸면 정밀도 저하를 가져온다"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런데도, 육군과 합참은 5번의 릴레이 회의 끝에, 이스라엘제 기관단총에 "모든 항목 기준 충족" 및 "전투용 적합" 판정을 내립니다.
고장이 발생한 특전 대원의 사격은 "참고 시험이었을 뿐"이라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박선원/국회 국방위원회]
"현장에서 쓰지 못하겠다고 하는 무기를 도입하게 만든 그 배후가 무엇입니까? 잘못 도입된 대테러 기관단총 때문에 우리 요원이 희생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육군은 "총기 기능상의 문제는 아니었으며, 성능 요구사항을 충족했기 때문에 여러 기관과 합참이 적합 판정을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고, 합참은 별도 국회 질의에 "판정 과정에서 관련 기관간 이견은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MBC뉴스 나세웅입니다.
영상취재 : 방종혁 / 영상편집 : 안윤선 / 영상제공 : 국방홍보원(KFN) 유튜브(I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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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방종혁 / 영상편집 : 안윤선
나세웅 기자(salto@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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