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윤 대통령이 야당 탓이라고 내세운 것 중 하나가 연구 개발, R&D 예산 삭감입니다. 정작 이 예산이 필요한 과학기술계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카르텔'을 내세우며 R&D 예산을 대폭 깎아 연구 현장에 좌절과 혼란을 불러온 건 대통령 본인 아니냐는 겁니다.
정해성 기자입니다.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담화에서 야당의 연구개발, R&D 예산 삭감도 비판했습니다.
[거대 야당은 대한민국 성장 동력까지 꺼뜨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기초과학 연구, 양자, 반도체, 바이오 등 미래 성장 동력 예산도 대폭 삭감했습니다.]
야당이 단독 처리한 내년 예산안 가운데 R&D 예산은 정부안보다 800억원 가량 줄었습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야 협의가 사실상 이뤄지지 못한 영향입니다.
대통령 담화 내용이 사실과 다르단 지적도 나옵니다.
민주당은 '차세대 원전 예산이 거의 전액 삭감됐다'는 대통령 주장에 대해 '소형 모듈 원자로, SMR 등 관련 예산 삭감 사례가 없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또 삭감됐다던 체코 원전 예산 역시 "삭감된 적 없다"고 정부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과학기술계에선 1년 전 이른바 'R&D 예산 파동'을 일으킨 장본인인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나옵니다.
당시 윤 대통령은 R&D 예산이 실체가 불분명한 카르텔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전면 수정을 지시했습니다.
[국가재정전략회의 (2023년 6월) : 아무런 효과도 나타나지 않는, 왜 썼는지 모르는 그런 예산 완전히 제로베이스(원점)에서 재점검해야 됩니다.]
실제 당시 정부는 2024년도 R&D 예산을 13.9%, 3조 4천억원 삭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후 과학기술계를 중심으로 논란과 반발이 커지자 2025년도 예산은 원래 수준으로 다시 돌린 겁니다.
[이광오/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 정책위원장 : 근본적으로 다 엉망진창 만들어놓고. 카르텔 얘기를 갑작스럽게 꺼내면서, 사실 연구개발 분야에 있어선 그때 이미 쿠데타가 있었던 거예요.]
R&D 예산 파동으로 연구 생태계는 미래 우리 경제 동력이 될 기초과학 연구 중심으로 멈춰 서있단 평가가 나옵니다.
[이광오/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 정책위원장 : 기후 위기 관련 연구들은 사실상 중단된 거나 다름없고요. 직접비가 줄게 되면서 석·박사 과정 학생들이 대거 현장에서 쫓겨났고…]
당분간 국회 마비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때 아닌 정치 리스크로 우리 과학기술계가 발목이 잡혔습니다.
[영상편집 지윤정]
정해성 기자
JTBC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