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2·3 내란 사태, 그날 그 밤은 모두에게 두렵고 불안한 밤이었지만, 특히 더 불안에 떨어야 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청각 장애인입니다. 수어 통역이 없어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알기 어려웠던 것인데, 한 청각 장애인은 5·18 때도 첫 사망자가 청각장애인이었던 게 떠오르며 너무 두려웠다고 했습니다.
강나현 기자입니다.
[기자]
청각장애인 배우 김리후 씨는 길에서 비상계엄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장애인증이 있는지부터 확인했습니다.
5·18 당시 계엄군에 의한 첫 사망자인 청각장애인, 김경철 씨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김리후/청각장애인 배우 : (김경철 씨는) 청각장애라고 이야기했는데도 오해받아서 돌아가신 거로 알고 있어요. 저도 혹시나 똑같은 일이 벌어질까 불안해서 바로 복지 카드를 찾았어요.]
화면 속 계엄 선포를 하던 대통령 옆엔 수어 통역사는 없었고, 그 뒤로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수어로 알리는 매체는 거의 없었습니다.
수어와 체계가 다른 한국어 자막도 청각장애인들에겐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김모 씨/청각장애인 가족 : '피 토하는 심정으로 이야기' 이런 내용들이 (자막에) 걸렸었는데 그거 보고 (청각 장애인인) 엄마가 '윤석열이 아픈가봐. 피를 토했대', '어떡해 큰일 났어' 이야기를 하시는 거예요.]
현행법 상,국가와 지자체는 중요 정책을 발표할 때 수어 통역을 지원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계엄 선포 날부터 지금까지 총 네 번, 국민 앞에 선 대통령은 이 법도 무시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제 때 알 수 없다 보니 불안은 짙게 남아있습니다.
[김리후/청각장애인 배우 : 만약 그대로 진행된다고 했을 때 어떻게 도망가야 할지, 숨어야 할지 정보가 없어서 항상 불안에 시달려야 했을 거 같아요.]
[김모 씨/청각장애인 가족 : 우리가 모르는 새에 부모님이 그런 피해를 당할 수도 있겠다. 그런 게 너무 걱정이 되고.]
탄핵이 임박해진 지금도 여전히 비장애인보다 정보 접근이 더딥니다.
[이길보라/코다(농인 자녀)코리아 대표·영화감독 : (비상상황에서) 알 권리 배제된 농인들이 더 크게 차별받고 가장 먼저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역을 제공한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정보값을 갖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수어 전문 채널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존재해야…]
[영상취재 이학진 유연경 이완근 / 영상편집 김동훈 / 영상디자인 허성운 / 취재지원 이소연]
강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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