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비상계엄 선포 직전 경찰 수뇌부를 부른 곳도, 계엄이 해제된 이후 법무부 장관, 행안부 장관 등과 비밀 회동을 가진 곳도 대통령의 삼청동 안가였습니다. 국정농단 이후 8년 만에 안가가 다시 전면에 등장한 겁니다.
정인아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가가 있는 곳입니다.
지도 앱에 검색해도 뜨지 않습니다.
청와대 대통령 관저 근처에 있는데, 내부 통로를 통해 청와대와 연결돼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주변에는 경호처 관련 건물들만 있습니다.
삼청동에 있는 대통령 안전가옥이 있는 길목입니다.
이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대통령 안전가옥을 볼 수 있는데요.
원래는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평범한 골목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경호인력이 골목 앞을 막고 있습니다.
경호인력은 취재진만 막고 있는데요. 한 번 들어가보겠습니다.
[경호처 직원 : {JTBC 취재진인데요. 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 해서요.}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제가 확인해볼게요. {언제부터 (출입이) 안된 것인지?} 자세히 잘 모르겠습니다. {등산로도 못 가는 건가요?} 일단 지금으로선 제가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이유가 있을까요?} 죄송합니다.]
근처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배달 기사들이 오갈 때에도 방문 목적을 밝혀야 지나갈 수 있었습니다.
[경호처 직원 : 어떻게 오셨어요? {배달.} 배달 어디로요?]
윤석열 대통령은 12·3 내란사태 직전 이 안가에서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불러 비상계엄을 준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저녁 6시에서 7시 사이에 회동 참석자들이 방문했는데, 인근 상인들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인근 상인 : 보통 그런 분들 오시면 신호도 막 조절하는 경찰이 오는데 (12월 3일에는) 그러지 않았어요.]
계엄이 해제된 날 밤에는 법무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 등의 차량이 안가를 방문하는 모습이 JTBC 취재진에게 포착됐습니다.
대통령 안가는 과거에도 비밀 회동 장소로 쓰였습니다.
8년 전, 최순실 게이트의 단초가 된 미르·K스포츠 재단이 생긴 곳도 삼청동 안가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안가에서 7개 그룹 총수들을 만나 재단 설립을 위한 금전적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전두환 정부는 삼청동 안가에서 일해재단 기금을 강제로 거뒀습니다.
비리와 밀실 정치의 상징으로 남은 안가에서 또 다시 비밀리에 계엄을 준비한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이완근 / 영상편집 이지훈 / 영상디자인 최수진]
정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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