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마약에 덫에 빠진 우리 미래 세대의 실태를 짚어보고 그 대안을 찾는 연속 보도 2번째 순서입니다. 회복력이 좋은 10대 청소년들의 경우 제때 빨리 치료받으면 마약에서 벗어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과의 싸움이 중요한데, 먼저 그 현장을 배준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배준우 기자>
경기도의 한 주택가. 경찰 마약수사대 형사가 급하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조승현 경위/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 (있는지 모르는 거죠?) 있는 거 같아. (있어요?) 응.]
현장에 도착해 있던 다른 대원들과 합류한 뒤 건물로 올라갑니다.
10대 청소년 투약자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것입니다.
[경기남부청 조승현 형사입니다. 압수영장 집행하러 왔습니다.]
수색 대상은 액상 대마로 의심되는 물품.
[이거 이거는 뭐야?]
[이것도 해, 이것도 (압수)해서 감정 보내.]
[누가 피운 거야?]
서둘러 뛰쳐나온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2주 전까지 연락이 닿았지만 경찰 조사와 치료를 미루고 잠적해버린 투약자.
통신 내역 조회와 탐문을 거듭한 끝에 어렵게 위치가 확인됐습니다.
[조승현 경위/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 (수원 쪽으로 갑자기 온 건가요?) 정보원 통해서 수원 쪽에서 식당에서 밥 먹고 있다는 얘기 듣고 바로 뛰어나온 겁니다.]
그 사이 위태로운 상황도 벌어졌습니다.
[조승현 경위/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 자해 소동 이런 걸 좀 했었다고 하더라고요. 이 장면을 친구한테 보냈더라고.]
투약 혐의에 대한 조사가 끝난 뒤 곧바로 이어진 상담.
현재 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이상 반응 여부부터 점검하고,
[조승현 경위/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 너 한 번 (마약 투약) 했을 때 기분 어땠다고 그랬지?]
머리가 다쳤나 싶은 생각이 들고 말을 버벅거리기까지 했다며 무서웠다고 말합니다.
[조승현 경위/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 거울 앞에서 이렇게 손으로 빌고 했었다며. 그니까 마약이라는 거야. 중독성이 심하다는 거야. 진짜 웃을 일이 아니야.]
그러면서도 치료를 망설이는 투약자, 끝없는 설득이 이어집니다.
[조승현 경위/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 아저씨 큰딸보다 네가 1살 많은데 딸 같아서 얘기하는 거야. 아저씨는 너 잡아가지고 구속시키려는 마음이 '1'도 없어. 생각을 해보고 아저씨가 추천해주는 병원에 한번 가봐.]
신체적, 정신적으로 회복 속도가 빠른 10대 청소년들.
구조와 회복을 위한 시간과의 싸움이 곳곳에서 진행 중입니다.
[천영훈/인천 참사랑병원장 : 자기가 중독자가 되고 싶어서 했던 사람은 없어요. 잘못 시작한 게 여기까지 온 거고 이걸 중단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은 사회에서 나와요.]
(영상취재 : 김남성, 영상편집 : 오영택, CG : 조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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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을 마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다 함께 나서야 합니다. 그러려면 먼저 마약을 접하는 통로부터 확인하고 그것을 차단해야 합니다.
이 내용 박하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박하정 기자>
병원 문을 들어서자마자 들리는 안내.
[병원 관계자 : 처음이실까요? 다이어트약 처방 맞으실까요?]
7kg 정도 빼고 싶다고 하자,
[의사 : 한 달 안에도 돼요, 늦어도 두 달.]
처방 대상인지 아닌지 따져보지도, 몸무게를 재보자고 하지도 않습니다.
[의사 : 이 약들은 뇌에 작용하니까 3개월 복용하고 한 달은 쉬어줘야 돼. (이거 먹으면 잠 안 올 수도 있어요?) 그럴 수도 있다니까. (수면제) 1주일만 처방받아 봐. 약값도 1천 원 나올까 말까인데.]
10분 상담 뒤 마약류인 식욕억제제와 수면제 처방전이 손에 들어왔습니다.
특별한 절차나 어려움 없이 처방받은 식욕억제제 한 달 치입니다.
10대들도 이미 이런 약에 손을 대고 있습니다.
SNS를 통해서입니다.
'댈구', 즉 대리 구매를 부탁하고 거래를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SBS가 확인한 10대 마약 투약자 통계 속에는 만 12세의 여자아이가 판매책에게 3만 1천 원을 송금하고 식욕억제제를 집에서 20분 거리 편의점 택배로 받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마약과는 다르다며 시작할지 모르지만,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는 10대는 무방비 상태인 SNS 공간에서 점점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듭니다.
[천영훈/인천 참사랑병원장 : 애들도 처음부터 필로폰같이 센 거는 안 구해요. 판매상들이 거기에 샘플로 센 마약들을 끼워서 보낸다고요. 그게 점점 강한 마약으로 끌어들이는 거거든요.]
실제로 SNS에서 접촉된 판매책은 처음 한다는 말에는,
[○○ 추천드린대요.]
학생이라 걱정된다고 하자 강도가 세지 않다며 이렇게 유혹합니다.
[들어는 보셨는지, ○○○. 자기가 다른 사람 걸(주민번호) 알려드릴 테니까 (무통장 입금 때) 내 걸 쓰지 말고 하라는 거예요.]
그렇게 진통제부터 시작한 10대는 20대에 들어선 약을 구하러 병원 유랑에까지 뛰어들었습니다.
[강단비(가명)/20대 (10대부터 투약) : 택시에 몸을 집어 던지고 기사님한테 말을 해요. 병원에 다닐 건데 그냥 같이 좀 다녀줄 수 있냐고. 택시비 10만 원 정도 나올 때까지 병원을 관광하듯이 다녔어요. 그냥 씁쓸해요, 세상 돌아가는 거 보면. 마약을 지금 너무 쉽게 구할 수 있고 그러니까.]
(영상취재 : 이용한·최대웅, 영상편집 : 이승진, CG : 엄소민·김한길·서동민·이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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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희는 10대들의 마약 유통 경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주로 온라인에서 대량으로 마약을 파는 공급책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청소년을 범죄의 대상으로 삼아서 그들의 미래까지 무너뜨리고 있는 범죄자들의 실태, 여현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여현교 기자>
기업 상품 광고를 연상시키는 이 영상, 하지만 실체는 구독자 1천 명을 보유한 SNS 계정이 올린 신종 마약 광고입니다.
마치 인터넷 쇼핑몰처럼 10종류가 넘는 메뉴판을 두고, 가격 할인 이벤트에 투약 가이드까지 제공하며 유혹합니다.
판매상들의 덫은 청소년들이 많이 찾는 음악 공유 사이트까지 파고들었습니다.
한 10대가 제보해온 음악 사이트, 마약 관련 단어들로 검색하자 관련 콘텐츠가 나오고, 댓글에 마약 구매 주소가 버젓이 올려져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판매상들이 돈을 벌기 위해 값싼 '신종 합성마약'도 만들어 판매한다는 것입니다.
[김선춘/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연구소장 : 값을 싸게 하려다 보니까 정제를 덜 하게 되고 마약 이외의 독성들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피부가 괴사되고 혈관도 썩고 이랬던 예가 있습니다.]
[강단비(가명)/20대 (10대부터 투약) : 그건 진짜 죽어요. 펜타닐 소량만 해도 죽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이런 잡다한 약을 하면 죽겠죠.]
대형 판매상들은 추적당할 수 있는 현금이나 온라인 결제 대신 가상화폐로 거래합니다.
경찰에서 30건 이상의 가상화폐 마약 거래를 확인한 대형 판매상.
주소를 확보해 판매상의 코인 지갑을 열어봤더니 한 달에 100건 가까운 거래 내역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렇게 걸려든 10대들이 어느새 공급자로 변신한다는 것입니다.
[김연수(가명)/30대 (10대부터 투약) : 자기 할 거 조금 남겨두고 나머지는 팔기 시작하는 거죠. 본인도 모르게 이미 판매책이 돼 있고 상선이 이제 그 중간책이 돼버리는….]
투약을 이어가기 위해 새로운 투약자를 만들어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영상취재 : 윤형, 영상편집 : 황지영, CG : 서승현·임찬혁)
배준우, 박하정, 여현교 기자(gat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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