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게가 강아지 먹이를 훔쳐먹으려다 들켰습니다.
"얘가 고추장을 다 먹었던 애예요"
강아지가 건드리자 집게발을 쳐들어 맞섭니다. 덥석 무는 강아지 입을 물어버립니다.
갯벌에 사는 도둑게입니다. 민가 부엌에 숨어들어 음식을 뒤진다고 해서 부엌게라고도 하지요. 사람이 먹는 건 소주 빼고 다 먹는답니다. 사람과 마주치면 애교 부리듯 이렇게 하트를 그립니다. 등딱지가 웃는 입 같아서 '스마일 크랩' 이라는 별명도 붙었지요. 생긴 걸로 봐서는 전혀 좀도둑 같지가 않습니다.
고양이가 쥐 잡을 생각은 않고 함께 어울려 놉니다. 교수신문이 재작년 선정했던 이 '올해의 사자성어' 그대로입니다. "감시할 사람들이,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됐다"는 의미라고 했지요. 다산 정약용도 쥐와 한통속이 돼 백성의 고혈을 빠는 고양이를 꾸짖었습니다.
"쥐 잡아 백성의 고통 없애랬더니 다투어 떠받드는 쥐떼들만 아끼는구나. 쥐들이 횡행하면 차라리 사냥개를 부르겠노라"
서류 조작, 유령 단체, 허위 신청, 리베이트, 횡령, 사적 사용. 정부가 밝힌 민간단체 국고 보조금 비리와 부정 사용 실태를 보면 그저 할 말을 잃을 뿐입니다.
"지금 대통령 된 사람, 이 정권은 시장만능주의 최고라는 것 아닙니까"
한 통일운동단체는 '민족 영웅 발굴' 명목으로 보조금을 받아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어느 일자리 지원단체는 강의실도, 직원도 없었습니다. 단체 대표가 보조금 전액을 호주머니 돈처럼 쓴 뒤 연락이 끊기고, 개인 해외여행들을 출장으로 꾸민 단체도 발각됐습니다. 행사 사진을 포토샵으로 조작해 운영비를 빼돌리기도 했습니다. 공익 활동을 한다며 현금인출기 누르듯 국민 세금을 타낸 겁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2조 원 가까이 급증한 보조금을 놓고 윤 대통령이 작년 말 전 부처 감사를 지시해 나온 결과들 입니다. 그렇게 퍼줘 놓고 관리 감독은 손을 놓다시피 한 게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문 정부 시절 몇 백만 원만 내면 사회적 기업 인증을 따주겠다는 불법 브로커들이 버젓이 설쳐댔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나라 살림의 허리띠를 졸라매는 재정준칙법 통과 조건으로 사회적 경제기본법 처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와 사회적 기업에 한 해 7조 원 지원을 법으로 보장하자는 겁니다. '문을 활짝 열어 놓고 도둑을 맞이하자'는 얘기나 다름없습니다. 나라 골병 드는 건 아랑곳없이 민주당이 왜 자나깨나 이러는 것인지는 따로 설명 드릴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6월 5일 앵커의 시선은 '세금 도둑 잡아라' 였습니다.
신동욱 기자(tjmic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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