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말 강릉에서 급발진 의심 사고로 숨진 고(故) 이도현 군 유가족이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에선 급발진이 인정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는데요.
소비자가 아닌 자동차 제조사가 차량 결함 여부를 입증하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송세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이게(브레이크) 안 돼 도현아, 도현아, 도현아 도현아."
이 사고로 뒷좌석에 타고 있던 12살 이도현 군이 숨지고 운전자 할머니는 크게 다쳤습니다.
전문가들은 사고 당시 굉음과 소음기에서 나온 액체 등이 전형적인 급발진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김필수 /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 운전자 얘기지만 브레이크가 딱딱해서 돌같이 굳어 있다는 것들 등 이런 여러 가지 요소가 한꺼번에 다 모여 있어요.]
하지만 할머니는 치사 혐의로 형사 입건된 상황.
유가족은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차량 제조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내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제조물 책임법상 차량 결함을 입증해야 할 책임이 소비자에게 있다는 겁니다.
소비자가 첨단 기술이 집적된 차량 결함을 밝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게 현실입니다.
실제로 지난 13년간 교통안전공단에 신고된 급발진 의심 사고 766건 가운데 급발진으로 인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이번 강릉 사고 뒤 입증 책임을 제조사가 지도록 하는 개정 법률안이 잇따라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故) 이도현 군 아버지 : 도현이가 하늘나라 가면서 저희 가족에게 남겨준 소명이라 생각하고 제조물 책임법 개정을 위해서 또 기술적 대책 마련이 제조사에서 할 수 있도록….]
자동차 제조사에 면죄부를 주는 증거로 불릴 만큼 사고기록장치, EDR의 낮은 신뢰도 역시 문제입니다.
자동차 두뇌에 해당하는 엔진제어장치 반도체나 소프트웨어 등의 이상으로 잘못된 정보가 사고기록장치에 저장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보고서를 보면 5초만 저장하는 사고기록장치로는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안 밟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가능성이 65%에 불과합니다.
[반주일 / 상명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 ECM(엔진제어장치)이 연산을 잘못하거나 오류가 나서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고 해버리면 EDR(사고기록장치)은 밟은 것으로 기록해 버린다는 거죠.]
전문가들은 결함이나 고장 등에 대비해 엔진제어장치를 여러 대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발을 찍는 페달 블랙박스도 장착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YTN 송세혁입니다.
YTN 송세혁 (shsong@ytn.co.kr)
촬영기자 : 김동철
그래픽 : 홍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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