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야가 선관위에 대해 첫 국회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데 합의했다는 소식, 어제(8일) 저희가 속보로 전해드렸죠. 그런데 벌써 조사 시기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부터 받으라면서, "합의한 게 아니라 논의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지도부 발언까지 나왔는데요. 선관위는 지금 감사원 감사 수용 여부에 대해 재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관련 속보, 저희가 반영해 가면서 진행하고요. 자세한 내용, 유한울 체커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 국조 '동상이몽' > 어제 다정회 시작하기 직전 나온 속보였죠. 여야가 선관위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에 합의했습니다. 조사 범위에는 최근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의혹, 그리고 다른 의혹을 하나 더 추가하기로 했는데요. 국정조사, 실제 이뤄진다면 선관위 역사상 처음입니다.
[이양수/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어제) :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다음과 같이 합의한다. 국회는 선거관리위원회 인사비리, 북한 해킹 은폐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한다.]
그런데 국정조사, 여야가 합의했다고 그냥 열리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부터가 정말 시작입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만 돌이켜봐도요. 여야는 조사 시기와 대상 같은 '디테일'을 놓고, 지리한 협상을 이어갔습니다. 이번에도 벌써 시작입니다. 여야는 '시기'를 두고 맞서고 있습니다.
[윤재옥/국민의힘 원내대표 : 선관위 국정조사 시기와 관련하여, 우리 국민의힘은 감사원 감사 이후에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선관위는 국정조사 이전에 국민적 공분을 감안하여 감사원 감사를 전면적으로 수용할 것을 국민의 이름으로 촉구합니다.]
[박광온/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는 선관위 국정조사의 전제조건이 될 수 없습니다. 선관위에 문제가 있다면 여야가 합의한 대로 국정조사를 실시하고, 부족하면 수사하면 됩니다.]
네, 국민의힘이 '선 감사 후 국정조사'라면, 민주당은 '선 국정조사 후 수사'죠. 민주당에서는, 여야가 합의를 하자마자 국민의힘이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국정조사를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도 공격하는데요. 실제 여야 합의 이후 여당 내부에서는 "감사원 감사를 압박해야 할 시점에, 국정조사 합의로 선관위에 퇴로를 열어줬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김기현 대표도 어제 원내 지도부의 합의, 아직 합의가 아니라면서 말끝을 흐렸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 합의한 게 아니라 아직 계속 논의되는 것 같은데. 논의할 게 많은 것 같던데. 아직 합의했다고 하기는 좀 어려울 텐데.]
그러면서 다시 한번 선관위에 감사원 감사 수용, 그리고 노태악 위원장과 선관위원 전원의 사퇴를 촉구했는데요.
[박대출/국민의힘 정책위의장 : 대대적인 개혁만이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감사원 감사를 전면 수용하고 노태악 선관위원장과 선관위원 전원은 사퇴해야 합니다. 행여 선관위가 국정조사의 뒤에 숨으려 들어서 꼼수를 부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노태악 위원장, 오늘 출근길에 사퇴 요구를 다시 한번 일축했습니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지만, 그만두는 것이 능사인가. 당장 현안에 대한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오히려 책임 있는 자세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입장을 밝혔는데요. 그리고 오후 2시부터 지금 3시간 넘게, 선관위원들을 1주일 만에 소집해서 감사원 감사 수용 여부를 다시 논의하고 있습니다. 논의 결과는 들어오는 대로 전해드리도록 하고요.
이러한 가운데 국민권익위도 오늘 선관위에 대한 전수조사 계획을 더 자세히 공개했습니다. 이미 이달 1일에 시작된 조사에는 32명 규모의 특별조사단을 투입한 상태입니다. 현장 조사를 계획 중인데, 38일 정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정승윤/국민권익위원회 사무처장 겸 부패방지 부위원장 : 그리고 조사 대상은 기본적으로 저희 위원회가 통상 조사하는 방식에 따라서 최근 7년간의 특혜채용·승진 등 채용비리를 중점적으로 조사할 계획이고, 이와 더불어서 6월 8일부터 한 30일간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조사 대상에는 이미 퇴직한 사람도 포함이 되고요. 중앙선관위를 비롯해 지역 선관위까지 모두 조사해야 하기 때문에, 경찰과 인사혁신처에서 파견 인력까지 받는다는데요. 이렇게 대대적인 조사를 약속해도, 사실 권익위에 강제 조사권이 없다는 점이 맹점으로 꼽히죠. 정승윤 사무처장은 "그 부분에 대해 고민해보겠다. 조사 방식에 대해 밝힐 수는 없지만 신뢰해달라"고 의지를 보였습니다.
[정승윤/국민권익위원회 사무처장 겸 부패방지 부위원장 : 문제점이 발견된 경우에는 고소·고발, 수사의뢰를 하거나 또는 징계·처벌 요구하거나, 또는 부당 임용·승진된 경우는 취소를 요구할 예정입니다. 선거관리위원회 제도운영상의 문제점에 대해서 관련 법령 등에 대한 제도 개선도 함께 아울러 추진하고 있다는 말씀드리겠습니다.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서 법과 원칙에 따라 한 점의 의혹 없이 철저히 조사해서 국민들께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수사기관 차원의 수사도 시작됐습니다. 선관위가 이미 수사를 의뢰한 박찬진 전 사무총장 등 간부 4명에 대해, 경기남부경찰청이 수사에 착수한 것인데요. 정말 말 그대로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번 선관위 의혹을 다룰 때마다 말씀드리지만요. 선관위, 정말 이번 기회에 떨쳐낼 것을 확실히 떨쳐내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정치적 셈법에 따라, 헌법이 부여한 선관위의 독립성을 흔들려 한다면 문제이지만요. 이번에 그 명분을 선관위가 직접 제공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김용태/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지난 5일) : 선관위라고 하면 헌법 질서, 그러니까 민주 질서를 지켜야 되는 곳이고 부모 찬스, 형님 찬스 이런 걸 썼다는 것 자체가 많은 국민들께서 배신감을 좀 느끼시지 않았을까…]
[박성민/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지난 5일) : 저는 약간 고구마 줄기 같다라고 생각을 했는데 사실 이게 일부의 일탈이 아니라 내부의 자정작용이나 최소한의 죄책감도 아마 없지 않았을까…]
< '베팅' 논쟁 > "적의 적은 동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민주당이 이 전략에 충실히 따르는 모습입니다. 이재명 대표가 어제 양대 노총을 만난 데 이어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났습니다. 어제는 전자에 초점을 맞췄다면, 오늘은 후자에 집중해 봅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어제) : 한·중 관계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까지 격상이 됐는데, 최근에 국제정세나 경제 상황들이 한·중 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으로 보여집니다.]
[싱하이밍/주한 중국대사 (어제) : 현재 한·중 관계가 많은 어려움에 부딪쳤습니다. 솔직히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습니다.]
지금 들은 발언에서 눈치채셨겠지만, 양측의 공공의 적은 바로 윤석열 정부입니다. 싱하이밍 대사는 아예 작심한 듯 우리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는데요. 원고를 준비해서, 무려 15분 동안 했습니다. 중국대사관 측은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 보도자료로도 냈고요. 민주당에서는 이 대표와 싱하이밍의 발언을 유튜브에서 실시간으로 중계했습니다. 사실 어제 이 자리는 싱하이밍 대사가 이 대표를 관저에 초대해 만찬을 하는 자리였는데요. 그런 것을 생각하면, 이례적입니다. 용산 대통령실을 향한 공개 메시지라는 분석, 그래서 나옵니다.
[싱하이밍/주한 중국대사 (어제) :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서,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그런 베팅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입니다.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중국의 패배를 베팅하는 이들이 반드시 후회는 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미국을 향한 공개 메시지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싱하이밍의 이 '베팅' 발언, 바이든 대통령의 10년 전 발언을 패러디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인데요. 미국 부통령으로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만났던 바이든은, "미국에 반해 베팅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우연의 일치일까요. 싱하이밍의 '베팅' 발언이 나온 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바이든 대통령의 기고문이 실렸는데요. 제목부터가 "미국 경제에 반해 베팅하지 말라"입니다.
그리고 어제 만찬 자리에서 양측이 한목소리를 낸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입니다.
[싱하이밍/주한 중국대사 (어제) : 일본이 경제 등의 이익을 위해서 태평양을 자신의 집의 하수도로 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지극히 무책임한 행위입니다. 일본은 곧 정식으로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는 결연히 반대합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어제) : 이 문제에 대한 대응도 가능하면 목소리도 함께 내고, 공동의 대응책도 강구해봤으면 좋겠다는 그런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결국 어제 관저 만찬을 빌미로 싱하이밍 대사, 한미일 3국에 모두 다 직격탄을 날린 셈인데요. 이 만찬 자리, 이재명 대표를 먼저 초청해 확답을 받은 뒤 하루 전에야 김기현 대표 측에 제안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용산 대통령실뿐만이 아니라 여의도 국민의힘에까지 메시지를 보낸 셈인데요. 김기현 대표는 강력하게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 이는 명백한 내정간섭일뿐더러 외교적으로도 심각한 결례입니다. 싱하이밍 중국대사에 대하여 강력한 유감을 표명합니다. 싱하이밍 대사가 준비한 원고를 꺼내 들고 작심한 듯이 대한민국 정부를 비판하는데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짝짜꿍하고 백댄서를 자처했습니다. 민주당이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키는 정당인지, 아니면 중국의 꼭두각시인지 의심케 하는 장면이 아닐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국과 밀착 행보를 이어간다는 입장이어서요.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 그렇지 않아도 경색된 여야 정치권에도 그대로 옮겨 붙으면서 갈등을 증폭시키는 모습입니다.
< 전격 불참 > 내일은 1987년 군사 독재에 항거한 범국민적인 민주화 운동이죠. 6·10 민주항쟁이 있었던 날입니다. 정부는 그 의의를 되새기기 위해 2007년 이날을 국가기념일로 정하고, 행안부 주최로 기념식을 열어왔는데요. 그런데 행안부에서 전격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기념식을 주관하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윤석열 정권 퇴진'을 구호로 내건 행사를 후원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행안부는 "공공기관이 정치적 공격을 일삼는 시민단체에 후원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기념사업회에 대한 특별감사에도 착수한다는 계획인데요. 기념사업회 측은 해당 단체가 상의 없이 문구를 넣었다면서, 3년간 지원을 배제하겠다고 했습니다. 뉴스픽에서도 다룬 최근 여권의 이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하태경/국민의힘 의원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지난 5일) : 하나가 시민단체의 부정부패, 횡령, 그리고 두 번째로는 폭력 시민단체 발본색원, 그리고 세 번째가 괴담 퍼뜨리는 시민단체, 이렇게 해서 시민단체 3대 민폐라고 규정하고 하나씩 지금 살펴보고 있습니다.]
< 공개 통보 > 통일부가 지난달 19일 북한 주민으로 추정되는 남성 시신 1구를 발견했다고, 오늘 밝혔습니다. 이 남성은 다리에 스티로폼을 매단 상태였는데요. 조사 결과 수천 명이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이 발견돼, 마약 범죄에 연루된 민간인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사실 굳이 공개 브리핑으로 밝힌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이효정/통일부 부대변인 : 현재 남북 통신선이 단절되어 대북 통지문 발송이 어려운 상황이므로 언론을 통해서 대북 통지 내용을 통보합니다. 우리 측은 인도주의와 동포애 차원에서 사체와 유류품을 판문점을 통해 6월 16일 15시 북측에 인도하고자 하니 북측은 입장을 남북 통신선으로 신속히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바로 지난 4월 초부터 두 달 넘게, 북한이 남북 통신선에 응답을 안 하기 때문인데요. 이번에는 북한의 답변을 들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 2종 추가 > 경찰이 배우 유아인 씨를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원래 5종의 마약류 투약 혐의를 받고 있죠. 그런데 경찰의 최종 결론은, 여기에 미다졸람 등 2종을 추가해, "모두 7종의 마약류를 투약한 것으로 보인다"였습니다. 유씨는 대마를 제외한 마약류 투약 혐의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경찰은 이 중에서도 특히 의료용 마약류를 불법 처방하고 투여한 의료 관계자 12명도 곧 검찰에 넘길 계획입니다.
오늘의 뉴스픽은 여기까지입니다. 들어가서 원픽 뽑겠습니다. 뉴스픽5였습니다.
유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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