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민의힘 최고위원 보궐선거에서 호남 출신의 청년 정치인인 김가람 후보가 조금 전 당선됐습니다. 김 최고위원이 태영호 의원의 공석을 채우면서 지도부도 재정비를 마쳤는데요. 다만 이번 보궐선거가 역대급 무관심 속에서 조용히 치러졌다는 평이 나오고 있죠. 지도부의 낮은 존재감이 이유로 거론되고 있는데,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국민의힘 전국위원회가 오늘 열렸죠. 주요 안건 가운데 하나가 최고위원 보궐선거였는데요. 잇단 설화로 자진 사퇴한 태영호 전 최고위원의 후임을 뽑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 우여곡절 끝에 오늘 이렇게 다시 전국위원회를 통해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열게 되었습니다만, 이 보궐선거를 통해 탄생하는 최고위원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켜주신 그 역사적 의미에 꼭 부합할 수 있도록 역할해 주실 것을…]
당대표는 아니더라도 엄연히 지도부의 일원을 선출하는 선거였는데요. 당 안팎에서는 '역대급 조용한 선거'였다는 평이 나왔죠. 그만큼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건데요. 이렇게까지 소리 소문 없이 지나간 이유, 이른바 '3저(低) 현상' 때문인 듯합니다. 첫번째는 #낮은 인지도입니다.
[홍문표/국민의힘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당내 국회의원이 100여 명이 넘는데 '그래도 한두 사람이라도 나왔으면 조금 더 활성화가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는데 이번에 전부 의원들은 한 분도 안 나왔단 말이에요. 그런데 여기서 '조금 좀 약하다, 뭔가 부족하다, 왜 이러지' 하는 이런 의구심, 이 퀘스천 마크를 준 것은 우리 자체의 문제였거든요.]
이번 보궐선거, 현역의원 출마자가 없는 '원외 3파전'으로 치러졌죠. 후보 3명 모두 인지도가 낮은 편이라 선거 자체가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분석입니다.
[김가람/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 : 이번 보궐선거가 왜 치러지게 되었는지를 잊지 않는 최고위원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천강정/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 : 안동과 경희대 출신이 고향과 모교를 부끄러워하는 일이 없도록 제가 꼭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되겠습니다.]
[이종배/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 : 변화의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돌출행동으로 문제 된 적이 없습니다. 저는 가장 안정감 있는 후보라는 말씀을 자신 있게 드릴 수 있습니다.]
사실상 김가람 후보가 낙점된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다 보니 김이 샜다는 말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답정너' 선거였다는 건데요.
"느그들은 오늘부터 복싱부다 (예?) 복싱부 (우리가요?) 어 (갑자기 왜요?) 복싱부다"
- 영화 '카운터'
국민의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청년과 호남의 민심을 잡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죠. 당내에서는 김가람 후보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적임자라는 의견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김 후보는 출마 전부터 김기현 대표와 교감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JTBC '정치부회의' (지난달 30일) : 실제로 당 지도부는 특정 인물에게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주인공은 김가람 청년대변인입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김 청년대변인은 바로 '레어템'인데요. 일단 원외에서 활동하는 청년이죠. 보수정당의 불모지인 호남 출신이기도 합니다.]
[김가람/당시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후보 (2월 16일) : 오늘은 여기서 사정 없이 사투리 써부러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호남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다 졸업하고 여기서 지금도 일하고 있고 쌍촌동에서 지금도 살고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김 후보는 선거 기간 내내 호남 출신 청년임을 강조해 왔는데요.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김 후보의 압도적인 승리였죠.
[김가람/국민의힘 신임 최고위원 : 당내에서 저의 역할이라고 한다면 2030과 5060을 잇는 그런 40대로서의 역할을, 기성세대와 청년세대를 잇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는 그런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는 호남 출신의 40대입니다. 그래서 우리 정당은 오늘 저를 선출해주셨습니다. 전국 정당으로 가는 그런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현역 의원들이 아무도 출마를 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요? #낮은 메리트 때문인데요. 사실 지도부는 총선 공천과 관련해 의견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이번에는 그러기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어제 꾸려진 국민의힘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윤핵관'인 이철규 위원장을 필두로 박성민 의원과 배현진 의원 등 모두 친윤 일색이란 평가인데요. 조강특위는 조직위원장 인선을 담당하죠. 조직위원장은 총선 공천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는 직책인데요. 한마디로 조강특위는 본격적인 공천 시즌에 앞서 공천의 밑그림을 그리는 기구인 셈입니다.
[강민국/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어제) : 전국 당원협의회 중에 35곳이 아직 미임명 상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35곳의 당협위원장을 임명하기 위한 아마 심의 절차에 들어가지 않겠나 보고 있습니다.]
이번 조강특위는 조직위원장에 친윤 인사들을 대거 임명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현역 의원들 사이에는 이런 마당에 일개 최고위원이 공천에 목소리를 내면 얼마나 낼 수 있겠느냐는 자조적인 기류도 있는 듯합니다. 이런 기류가 보궐선거 출마 기피로 이어진 것 같은데요. 실제로 지난해 말 정진석 비대위의 조강특위가 비윤계를 탈락시키고 윤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검사 출신 인사들을 조직위원장으로 발탁한 사례가 있죠. 김경진 전 의원이 친이준석계 허은아 의원을 밀어내고 서울 동대문을 조직위원장에 앉은 게 대표적입니다.
[김석기/당시 국민의힘 사무총장 (지난해 12월 29일) : 김경진 전 의원은 지역구 의원이었기 때문에 지역구를 관리한 경험이 있더라고요. 당원을 어떻게 배가할 건지, 조직을 어떻게 관리할 건지 구체적으로 우리 조강특위 위원들에게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동대문을은) 선호가 낮은 지역인데 인지도 면에서 김경진 (전) 의원이 상대적으로 좀 더 인지도가 있다. 그분은 또 학교도 서울 고려대를 나오지 않았습니까.]
보궐선거가 관심을 끌지 못한 건 김기현 지도부의 #낮은 존재감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출범 초부터 여러 차례 설화로 이미 혹평을 받을 대로 받아온 터였죠. 김 대표는 이미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은 상태인데요. 지도부 구성원 역시 원외 최고위원이 대부분이라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박한 평가도 있습니다. 현역 의원은 조수진 최고위원 한 명뿐인데요. 5인회니 7인회니 하는 의혹이 이는 것도 지도부의 이런 면면 때문이란 관측입니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지난 1일) : 당대표, 사무총장, 그리고 정책위원회 의장, 사무부총장, 당 수석대변인 모여서 의논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의논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까. (5인회) 그건 말도 안 되는 얘기니까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입니다.]
김 대표는 5인회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죠. 하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의혹이 생긴 이유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는데요.
[허은아/국민의힘 의원 (KBC 광주방송 '뉴스와이드' / 지난 7일) : 근데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지가 중요할 것 같아요. 이게 의문을 갖고 계신 거잖아요. 기존에 또 무슨 7인회, 8인회 이런 얘기들이 있었으니 혹시라도 그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는 걸 텐데. 그래서 이 부분은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리더십이든 현재의 지도부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느냐, 그 부분에 대한 고민으로 귀결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게 제 개인적인 입장입니다.]
계속된 실세 논란의 핵심은 김 대표의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란 건데요. 허은아 의원은 여당 지도부가 용산 대통령실의 출장소라는 이미지를 털어내야 김 대표의 리더십도 회복할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허은아/국민의힘 의원 (KBC 광주방송 '뉴스와이드' / 지난 7일) : 단절을 하려면 우선 김기현 대표님이 그냥 '핵관'이 되시면 될 것 같고요. {지금 핵관 아니신가요?} 핵관이지만, 무조건 따라 하면서 당정일체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견제해야 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어서 지금 많이 걱정하는 것은 '공천을 할 때 검사들이 내려온다. 벌써 용산에 많은 사람들이 공천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해서 공정하지 못하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아예 당정일체론을 이번에 이제 파기를 해버리시고…]
지도부는 이번 선거를 처음부터 '신비주의'로 치르고 싶었나 봅니다. "무관심도 전략"이라고 자위하는 모습인데요. 보궐선거가 관심을 받지 않아 다행으로 여기는 눈치라고 합니다. 김 대표 취임 초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가 잇단 실책으로 체면을 구긴 트라우마 때문인 듯한데요. 하지만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이란 말도 있죠. 아예 대중의 외면을 받느니 질타라도 받는 게 도움이 된다는 속뜻이 담긴 말일 텐데요. 김기현 지도부가 한 번쯤 새겨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예능 프로그램의 한 장면으로 정리하겠습니다.
"처음에는 저희가 무플로 시작하다 악플도 너무 소중한 거예요 뭔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게 뭔가 섭섭한 게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
- JTBC '악플의 밤'
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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