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어떻게 한 번의 비에 만 명이 넘는 사람이 희생될 수 있을까요?
북아프리카 리비아에 쏟아진 물 폭탄은 지중해의 허리케인, 이른바 '메디케인'의 무서운 위력을 보여줬는데요.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또 한번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기후환경팀 현인아 기자가 리비아 참사의 원인을 분석했습니다.
◀ 리포트 ▶
아프리카 북부 지중해 연안에 자리한 인구 10만의 도시 데르나.
차와 사람들로 붐비던 거리는 건물과 자동차들의 잔해만 남았습니다.
유엔은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와 실종자를 합쳐 1만 명이 넘는다고 밝혔습니다.
리비아 북동부에 24시간 동안 쏟아진 비는 최고 414mm, 관측 사상 최악의 폭우에 도시 상류의 댐 2개가 붕괴됐습니다.
3천만 톤, 수영장 1만 2천 개 분량의 물이 쓰나미처럼 도시를 집어삼켰습니다.
기록적인 폭우의 원인은 메디케인 '다니엘'입니다.
메디케인은 지중해와 허리케인의 합성어로 '지중해 허리케인'입니다.
지중해에서는 수온이 높아지는 9월부터 종종 열대성 폭풍이 발생합니다.
이번 참사를 일으킨 메디케인 '다니엘'의 모습입니다.
그리스 서쪽에서 발생한 다니엘은 그리스에 24시간 동안 750mm의 폭우를 쏟아냈습니다.
그리스 기상관측 사상 처음 경험하는 엄청난 비였습니다.
다니엘은 최대풍속 시속 70~80km의 태풍급 위력으로 커져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다니엘의 위력이 강해진 요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지중해의 높은 수온인데요.
수온이 이례적으로 높은 건 아니었지만, 27.5도에서 28도로 평년보다 1도 정도 높았습니다.
두 번째 원인은 오메가 형 편서풍입니다.
이것은 당시 유럽 상공을 흐르는 제트기류인데요.
편서풍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시원하게 흐르지 않고 그리스 문자 오메가 모양으로 남북으로 크게 휘어졌습니다.
이런 현상은 대기를 정체하게 만들어 다니엘이 한자리에서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김백민/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2천 년대 이후 북극이 뜨거워지고 얼음이 많이 녹으면서, 편서풍의 남북 방향 요동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오래전 건설된 댐은 유지 보수도 되지 않아 폭우에 모래성처럼 쓸려갔습니다.
주민들에게는 제대로 된 경보도 없었습니다.
리비아의 비극은 두 가지 교훈을 남겼습니다.
첫째,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만으로도 기후는 매우 위험해졌습니다.
[코스타스 라구바르도스/그리스 국립 아테네 천문대 연구실장]
"열대성 폭풍 '다니엘' 이후에는 재난에 대비한 조기경보 시스템과 주민 보호 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야만 합니다."
또 하나는 안정된 정치와 평화의 중요성입니다.
나라 안팎의 전쟁과 소모적인 정쟁은 막고 피할 수 있는 재난 대응도 어렵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MBC뉴스 현인아입니다.
영상편집 : 남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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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아 기자(innah@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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