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선 늙는 속도를 늦추는 이른바 '저속노화'를 위한 다소 밋밋한 식단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단짠' 열풍의 중심에 섰던 MZ 세대가 저자극 식단에 눈을 돌린 이유는 뭘까요?
송재인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기자]
얼큰하고 매운 마라탕, 달콤 바삭한 탕후루 같은 '고자극' 음식 유행을 이끌었던 MZ 세대.
그런데 최근 SNS에서는 색깔부터 구성까지 심심하기 그지없는 식단을 소개하는 젊은 세대들이 눈에 띕니다.
당을 줄이고, 흰쌀과 밀가루 같은 정제 곡물을 피해 혈당 자극을 낮춘 결과, 스트레스 호르몬까지 억제하는 '저속노화' 식단이 대세로 떠오른 건데,
이를 다루는 브이로그, 유명 요리 유튜버들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유행을 이끈 건 '저속노화' 생활습관을 알리고 있는 한 내과 교수.
[정희원 / 서울아산병원 교수 : (저속노화가) 일종의 '밈'처럼 되고 또 사람들이 재미있게 따라 할 수 있는 그런 놀이가 된 것 같습니다.]
정 교수가 만든 SNS 소통공간은 개설 하루 만에 가입자가 만 명을 넘어서, 어느덧 만7천 명 넘는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저속노화 식단을 '인증'하고, 조리법도 나누며 소통하는데, 게시물을 보면 젊은 층이 대부분입니다.
[김미정 / 서울 화곡동 : 확실히 활력이 좀 생기고요. 평소에 일할 때도 집중이 조금 더 잘 되고, 탄수화물 많이 먹어서 생기는 지루함, 머리가 뿌예지는 느낌도 적은 거 같아요.]
'도파민'이 익숙한 젊은 세대에서 이런 '노잼' 식단이 유행하게 된 이유로는 우선 건강에 대한 경각심이 꼽힙니다.
자극적인 배달 음식이나 한 끼 '때우기'가 익숙했던 세대,
그 결과 10년 전보다 2030 당뇨병 진료환자는 74%, 고혈압 환자는 45% 늘었을 정도로 부모 세대보다 건강이 악화했습니다.
더 나아가, 세심히 고른 재료로 스스로를 위한 식단을 준비하는 '자기 돌봄' 과정에서, 지쳐있던 젊은 세대가 위로를 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정현정 / 서울 압구정동 : 내가 지금 나를 챙기고 있구나, 그래도 조금 막 살고 힘들게 살고 하다가도 그래도 내가 밥만큼은 참 잘 먹고 있구나….]
[정희원 / 서울아산병원 교수 : 물론 사회가 나를 스트레스를 받게 만들어서 내 생활 습관이 나빠지는 면도 있지만, 반대로 내가 생활 습관이 조금 더 좋아지면 (그런 노력이 모여서) 사회 전체의 스트레스 레벨을 낮출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당장 쾌락을 가져다주는 '고자극' 중독과, 방치했던 나를 살뜰히 챙기는 '저속노화' 열풍,
추구하는 방향은 정반대지만, 일상 속 스트레스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젊은 세대의 단면을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YTN 송재인입니다.
촬영기자: 곽영주
디자인: 전휘린
화면출처: 틱톡, X, 유튜브 '요해', '허챠밍'
YTN 송재인 (songji1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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