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를 고리로 한, 미성년자 상대 성범죄 사건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되고 있었다고 전해드렸습니다. 범죄가 의심스러운 게시물이 발견돼도 추적이 쉽지 않다는 게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면서, 지난해 정부가 디시인사이드에 규제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까지 했었는데요.
1년이 지난 지금 왜 같은 일이 반복되는 건지 박수진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지난해 4월,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였던 한 여중생의 사망 사건.
이후, 신대방팸 사건에서 확인된 미성년자 상대 성범죄까지 일련의 사건들이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긴 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사건 직후 우울증갤러리 게시물은 4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우울증 갤러리 성범죄 피해자1 : 강남 (사망) 사건 이후로 사람이 더 몰렸거든요.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어린애들이 많다 이런 게 대대적으로 알려지니까….]
불순한 의도를 갖고 들어오는 성인 남성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현장 목격자 : 여자애들이 많으니까 어떻게 하면 여자애들을 000수 있냐 이야기가 나돌아가지고 외부에서 온 애들이 많은 거예요.]
그렇다면, 운영사는 지난해 정부가 권고한 자율 규제 조치를 제대로 했을까?
[박주돈/디시인사이드 부사장 : 그런 글들이 올라오면 더 신속하게 삭제를 하고 저희가 46명이 지금 외국에서 관리를 하고 있거든요. 베트남은 이제 주로 나체(사진)라든가 이런 게 올라오면 그 이미지만(삭제하고), 중국 같은 경우에는 언어 소통이 가능하니까 게시물 관리까지 다 같이 합니다.]
외국 인력까지 고용해 문제 소지가 있는 글과 이미지를 24시간 감시하며 걸러내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게시물들이 하루에도 수천 건씩 올라오다 보니 구멍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울증 갤러리 성범죄 피해자 1 : 제가 직접 찾아서 지울 때까지 방치하고 있던 게시글도 여러 개 있었거든요. (신체가) 완전히 다 나온 사진 그게 1년 8개월 동안 방치가 됐던 거죠.]
더욱이 이곳에서는 게시물 작성자 추적도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게시글을 남기면 작성자의 로그 기록이나 IP 주소가 남기 마련이지만, 우울증갤러리는 임시 아이디 격인 '유동닉'을 수시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울증 갤러리 성범죄 피해자1 : (경찰이) '이거 유동IP라 특정 못한다' 그리고 그냥 수사 중지가 나버렸어요.]
게다가, 작성자가 스스로 삭제해 버리면 어떤 정보도 남지 않아 추적조차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이를 악용해, 불법촬영물이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이른바 '능욕 글'을 몇 초만 올렸다가 삭제하는 방식으로 협박하기도 합니다.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 : 로그아웃을 하고 올렸다가 삭제를 하면 경찰이 못 잡는다 이런 인식이 되게 강하게 돼 있어서 너 내 말 안 들으면 로그아웃 해서 이제 글 올린다 뭐 이런 식으로 (피해자들) 협박하거든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피해자들이 고소하겠다고 결심해도 증거 수집이 쉽지 않아 포기하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우울증 갤러리 피해자 2 : (경찰이) '디시? 못 잡아 그거 못 잡아요.' 이러는 거예요. 'VPN 썼어? 그럼 못 잡아요.']
그런데도 운영사 측은 신원 인증을 강화하는 것에는 여전히 부정적입니다.
[박주돈/디시인사이드 부회장 : 디시가 익명성이 없다고 하면 과연 그런 글들이 안 올라올까요? 우울증 갤러리를 그렇게 막아버리면 이분들 다른 데로 가거든요.]
전문가들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이트 차단이나 폐쇄가 근본 해결책은 아니라는 데 공감하면서도, 유사 범죄가 계속되는 만큼 업체의 자율 규제에만 맡겨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이은의/성범죄 전문 변호사 : 자체적으로 하는 모니터링도 있겠지만, 외부에서 그 모니터링이 지속적으로 들어가서 문제가 없는 지 봐야 한다는 거예요. 믿고 그냥 맡겨놓기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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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박수진 기자와 얘기해 보겠습니다.
Q. 우울증갤러리 폐쇄·차단 어려운 이유?
[박수진 기자 : 일단 저희 연속 보도 직후에 우울증 갤러리 내에서도 터질 게 또 터졌다, 그리고 또 알려지지 않은 사건이 더 많다. 이런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우울증 갤러리를 없애야 한다, 폐쇄해야 한다 이런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 게시판을 없앤다고 해도 비슷한 공간이 또 만들어질 거라는 게 이 운영사인 디시인사이드와 또 감독기관의 이야기입니다. 이제 표현의 자유라는 문제도 있고요. 이렇다 보니까 이제까지 자율 규제에 맡겨온 건데요. 하지만 저희가 이번 취재를 통해서 자율 규제만으로는 이런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기는 어렵다는 현실이 드러났다고 보입니다.]
Q. 유사 범죄 막기 위한 대책은?
[박수진 기자 :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SBS 연속 보도 이후에 이 내용을 인지하고 있고 우울증 갤러리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밝혀왔습니다. 또 디시인사이드의 자율 규제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이런 내용도 밝혀왔는데요. 하지만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지금 나온 대책보다 좀 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또 이와 더불어서 경찰의 철저한 수사와 또 이에 따른 엄중한 처벌도 필요해 보이는데요. 작년에 경찰이 TF까지 꾸려서 수사했던 신대방팸 사건의 경우에는 가해자들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나거나 벌금형에 그친 바 있습니다. 저희 연속 보도 이후에 저희들에게 추가 피해 사례 또 그리고 가해자들에 대한 제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저희는 앞으로도 계속 취재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이소영, 디자인 : 최재영·장예은)
박수진 기자 star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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