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차 대전 당시 이른바 '마루타 실험'에 동원된 일본 731부대 소년병이 90대 노인이 되어 중국을 찾았습니다. 당시의 기억을 생생히 증언하며, 일본 정부를 대신해서 희생자들에게 사죄했습니다.
베이징 권란 특파원의 보도입니다.
<기자>
90대 백발노인이 2차 대전 당시 일본군 생화학전 부대인, 731부대 주둔지였던 중국 하얼빈을 찾았습니다.
부축을 받아 들어선 전시관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끔찍했던 옛 기억을 털어놓습니다.
[시미즈 히데오/일본 731부대 전 부대원 : 방에 들어갔을 때 포르말린의 자극적인 냄새가 나를 끊임없이 울게 했습니다.]
시미즈 씨는 14살이던 1945년 3월, 731부대 소년대에 배속됐습니다.
넉 달 남짓 짧은 기간 복무했지만 당시 만행의 기억은 생생합니다.
[시미즈 히데오/일본 731부대 전 부대원 :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임신부 뱃속에 태아가 있는데 잔인하게 표본으로 만들었던 겁니다.]
전쟁 포로 등을 상대로 생체 실험을 자행하던 731부대는 1945년 패색이 짙어지자, 증거 인멸을 위해 시설을 폭파하고 실험 대상자들을 학살했습니다.
[시미즈 히데오/일본 731부대 전 부대원 : 일본군이 퇴각할 때 페스트균에 감염된 쥐를 하얼빈에 풀어놨다는 얘기를 들어서 (피해 여부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시미즈 씨는 귀국 후 비밀 유지 서약에 따라 침묵해오다 지난 2016년부터 일본의 전쟁범죄를 공개 증언해오고 있습니다.
역사의 진실을 후대에 알리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시미즈 히데오/일본 731부대 전 부대원 : 내 아이를 볼 때마다 당시 본 아기들 인체 표본이 떠올랐습니다.]
79년 만에 중국을 찾은 시미즈 씨는 일본 정부 대신 사죄했습니다.
[시미즈 히데오/일본 731부대 전 부대원 :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진심으로 사죄합니다.]
중국 정부는 731부대 인체 실험 과정에서 최소 3천 명, 생물학 무기로 30만 명 이상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731부대 존재는 인정하면서도 생체 실험은 여전히 부인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최덕현, 영상편집 : 이상민, 영상출처 : 웨이보·더우인)
권란 기자 jii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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