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는 일본은 해외에서도 역사 지우기에 한창입니다.
일본의 끈질긴 압박 등으로 독일 베를린에선 4년 전 설치된 소녀상이 철거 위기에 놓였습니다.
김민찬 특파원입니다.
◀ 리포트 ▶
베를린에 자리 잡은 지 4년이 된 평화의 소녀상.
위안부 기림의 날을 맞아 한인 시민단체 주최로 소녀상 앞에 2백여 명이 모였습니다.
다음 달까지 철거해야 하는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섭니다.
"소녀상 아리는 이 자리를 지켜야 합니다."
관할 구청은 절차적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공모전으로 선발된 예술 작품이 아닌 만큼 영구적 설치는 안 된다는 게 이유입니다.
그런데 또 다른 이유에는 일본 정부의 끈질긴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레오나드 디데리히/베를린 미테구 좌파당 의원]
"처음에는 일본인 이름으로, 그리고 점차 가짜 독일 이름으로 소녀상은 철거되어야 한다는 이메일을 매우 많이 받았습니다."
지난 5월 베를린 시장은 일본 방문 뒤 사실상 소녀상 철거를 시사했고, 지난 7월, 기시다 일본 총리의 독일 방문을 앞두고는 관할 구청에서 소녀상 철거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일본이 국력을 총동원해 역사를 지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겁니다.
[마사노리 카나즈/일본인]
"실제로 일본 정부가 베를린에 소녀상 철거와 관련해서 압박을 행사하기 위해서 많은 돈을 썼습니다. 일본인으로서 부끄럽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독일 카셀대에 있던 소녀상 역시 일본의 철거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일본은 소녀상을 설치한 한인 단체에 시 지원금을 끊기 위해 심사위원들을 호텔에서 대접했다는 의혹도 터져 나왔습니다.
[한정화/코리아협의회 대표]
"저희 프로젝트를 일본 정부가 싫어하기 때문에 저희 프로젝트를 뽑지 말라 아주 대놓고 (심사위원들에게) 얘기를 했대요."
반면 우리 정부 대응은 일본과 온도 차가 큽니다.
한일 관계 개선을 앞세우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 기조에, 소녀상이 외교 문제로 번지면 오히려 독일에 철거 명분을 더 줄 수도 있다는 논리도 앞세웁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상황은 지켜보고 있지만, 별다르게 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사실상 소녀상 철거를 위한 활동을 노골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소극적 대응이 최선의 선택인지는 의문이 남습니다.
베를린에서 MBC뉴스 김민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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