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조직에 치명타를 안긴 '삐삐·무전기 폭발'은 약 10년 전부터 계획된 작전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이미 2015년부터 폭발물과 도청기를 숨긴 무전기를 레바논에 유통시켰다는 겁니다.
도청 기능에만 만족해왔던 이스라엘이 무선 호출기, 삐삐로 시선을 옮긴 건 2022년입니다.
헤즈볼라가 휴대폰을 통한 이스라엘의 도청·위치 추적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더 작지만 강력한 폭발이 가능한 기기를 제작, 납품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대만의 '아폴로' 브랜드가 선택된 건 미국·이스라엘과의 연관성이 없고 이미 시장에 잘 알려진 제품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실 이스라엘 내에서 조립된 제품이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에 해당 작전에 대해 인터뷰한 이스라엘 당국자 등은 "누군가 장치를 분해하더라도 탐지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폴로 브랜드명의 라이센스를 취득해 헤즈볼라를 상대로 삐삐를 판 담당자도 이스라엘 내 제조 사실을 몰랐다고 합니다.
이스라엘 내에서도 비밀리에 진행된 해당 작전은 개시 닷새 전인 9월 12일경 처음으로 네타냐후 총리 주재로 논의됐습니다.
헤즈볼라의 대규모 보복 가능성과 이란의 개입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격렬한 논쟁이 일었지만,
자칫 들킬 경우 오래 공들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며 작전이 승인됐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스파이 활동의 최근 역사에서 정보기관이 적에 침투한 가장 성공적이고 창의적인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심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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